[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사건이 일어나기 딱 한 시간 전에 사고가 일어난 그 자리에 있었거든요. '내가 사건의 희생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했어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진 3일 오후 사건이 발생한 인근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기억하며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었다.
사건 당시 대형 백화점 AK플라자 인근 카페에 있었던 정하언(21·남) 씨는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씨는 "다행히 이후 자리를 옮겨 3층 카페에 있었다"며 "카페에 난 통창으로 내려다보니 사고가 발생하면서 삽시간에 6번 게이트 앞으로 사람들이 터져나오더라. 순간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렬로 서도 될 넓이의 광장이 꽉 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인턴기자 = 3일 발생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경찰들이 사건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2023.08.03 dosong@newspim.com |
이날 오후 9시30분쯤 서현역과 연결되는 AK플라자 1 중앙 로비로 통하는 통로마다 12여명 정도의 경찰관들이 조를 이뤄 일렬로 서서 진입을 막고 있었다. AK 플라자 6번 게이트 안쪽 로비에는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보여주듯 버려진 음료수병과 주인없는 안경이 문 앞 계단에 남아 있었다.
AK몰은 로비 가운데 막을 쳐놓고 현장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들의 줄 뒤에는 아직 미처 닦아내지 못한 핏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AK플라자는 전철을 내려 한층을 올라가면 백화점 지하 1층과 연결되는 구조다. AK플라자와 연결되는 서현역 4번 출구로 간간이 지하철 이용객들이 로비로 나왔지만 이내 경찰에게 로비로 출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며 6번 게이트 통로로 돌아갔다. 한 시민은 출입문을 나서며 "깜짝 놀랐다, 정신이 없다"라며 "지금 여기를 오가도 되는거냐"라고 물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인턴기자 = 2023.08.03 dosong@newspim.com |
지하철 이용객 최모(23)씨는 "5번 출구로 돌아가야 해서 지금 많이 불편하고 경찰들이 있어서 강압적인 느낌도 들어 긴장된다"라면서 "범인이 잡혔다고 해서 그나마 한숨 돌렸다"라고 말했다.
하루 이용객 4만명이 넘는 서현역 일대는 한 순간 지옥을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이 됐다. 사건이 방생한지 수 시간이 지났지만 시민들은 불안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했다. 불안감에 둘씩 짝지어서 이동하는 이들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인근에서 학원을 다니고 있는 공시생 최모(23)씨는 여자친구의 손을 꽉 잡고 "역 근처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는데 별안간 비명소리가 나더니 한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위험하겠다라는 직감이 들자마자 일부러 역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사고 현장을 가까스로 비껴갔지만 아직까지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인턴기자 = AK플라자 6번 게이트 앞에는 버려진 음료와 주인 잃은 물건들이 놓여있다 2023.08.03 dosong@newspim.com |
최씨는 "평소 같았으면 조금 더 느긋하게 근처를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오늘은 아닌 것 같아 얼른 여자친구를 집에 바래다 줘야 할 것 같다"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고 당시 AK몰 근처에 있던 이모(22)씨는 "사고가 나자마자 핸드폰이 불이 나게 울리더라. 친구들이 현장 상황을 물어보고 괜찮냐고 안부를 물어봤다"라며 "지난 신림역 칼부림 사고도 있지 않았냐. 그 사건이 오버랩되면서 순간적으로 생각이 멈췄다"고 전했다.
지하철 역을 지나던 건장한 체격의 김모(30)씨 역시 "신림동 사고가 일어날 때만 해도 남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내 주변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라며 "신림동 사건의 모방범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어떻게 마음 놓고 출퇴근을 할 수 있을지 감도 안온다"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국민 불안감 해소할 수 있는 방안 강구하고있다. 중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가 어떤대책을 마련할 수있는지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모방범죄 연관성에 대한 질문에는 "10건정도 온라인상에 예고 글이 있었다. 두 건에 대해서는 이미 검거했고 나머지는 사이버수사대를 중심으로 신속하게 올린 사람을 파악할 것이며 추적 통해 신속히 검거하겠다"라며 "추가적인 사이버 상 유언비어 확산에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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