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익 수령 인정되나 알선 행위 증거 부족"
공수처, 출범 후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도 기각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무마 등을 대가로 수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경무관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지난 2021년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 이어 두번째로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되면서 공수처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사업가) A씨로부터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고 A씨는 향후 형사사건 등 분쟁에서 피의자로부터 도움받을 것을 기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위 간부인 피의자가 향후 사건을 담당할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으로부터 억대뇌물 혐의를 받은 김모 경무관의 영장실질심사가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김모 경무관이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하고 있다. 2023.08.02 leemario@newspim.com |
그러나 "현 단계로서는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가 구체적인 사건에서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며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며 직업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도망할 염려도 낮다고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공수처 수사 2·3부(김선규·송창진 부장검사)는 지난달 31일 김 경무관에 대해 뇌물 수수액이 크고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경무관은 2020년 경 한 중소기업 관계자로부터 수사 무마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6월 강원경찰청에 근무하며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으로부터 분식회계 수사 무마를 대가로 3억원을 약속받고 이 가운데 1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공수처는 대우산업개발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보강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의 첫 인지 사건이다. 공수처는 지난 2월부터 김 경무관의 자택과 서울경찰청 등을 잇따라 압수수색하고 지난달 28일에는 김 경무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공수처는 지난 2021년 10월과 12월 손 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돼 결국 불구속 기소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