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저축은행 예금 제외
저축은행 퇴직연금 30조…뭉칫돈 빠질시 유동성 악화
저축은행업계 "금리 높아 자금 이탈 없을 수도" 기대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고금리로 인한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실적이 악화한 저축은행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0조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 이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상품에서 저축은행 예금 상품은 담기지 않아서다.
13일 금융권과 신용평가업계는 이날부터 본격 시행되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로 인해 저축은행 퇴직연금 잔액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또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고 그대로 둘 경우 미리 지정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자동 선택해 운용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은 지난해 7월 도입됐고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시행된다.
문제는 정부 심사를 거쳐 확정된 디폴트옵션상품에 저축은행 예금은 제외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DC·IRP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본인 연금계좌에 담긴 저축은행 예금 상품이 만기 됐을 때 재예치를 직접 결정하지 않으면 저축은행 예금에 들어갔던 돈이 다른 상품으로 이동하게 된다.
30조원에 육박하는 저축은행 퇴직연금 잔액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갈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저축은행은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는 등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저축은행 퇴직연금 잔액은 29조9000억원이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
곽수연 한국신용평가 선임은 "디폴트옵션으로 저축은행 상품이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감안할 때 유동성 대응 능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계는 디폴트옵션발 파장이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저축은행 예금 상품 금리가 시중은행 예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자금 이탈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기준 시중은행 퇴직연금 12개월 만기 예금 금리는 평균 2.8%로 4%대인 저축은행보다 낮다. SBI저축은행 금리 4.3%, 다올저축은행 4.5%, 애큐온저축은행 4.15%, 웰컴저축은행 4.20% 등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예금 상품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에 다른 금융상품으로 옮겨가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디폴트옵션 시행 이후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