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후 몰래 중요 부위 동영상 촬영
1·2심 징역 6개월...대법서 파기, 형량 늘듯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범죄 증명을 위해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된 증거도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다시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 징역 6월을 선고받은 이 모 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18년 9월 경기도 오산시 한 모텔에서 과거 연인 사이였던 피해자 A씨와 성관계 후, 휴대폰으로 잠든 A씨의 중요 부위를 동영상 촬영했다. 그는 2019년 1월까지 A씨를 비롯해 또 다른 피해자인 일본인 B씨 등 3명 신체를 이들의 동의 없이 총 8회 촬영해 기소됐다.
1심은 이씨에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징역 6개월을 선고하면서 임의제출된 증거와 절차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무죄로 판단했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씨로부터 또 다른 피해자의 동영상을 압수했는데, 압수조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압수목록도 교부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2심 재판부는 "사법경찰관은 임의제출물을 압수했더라도 형사소송법 제49조에 따라 압수조서가 작성돼야 하고, 압수목록을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9조에 따라 교부해야 한다"며 "압수물이 전자정보인 경우 압수된 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돼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하지만 대법은 2심 재판부의 무죄 부분을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은 지난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해 "범행의 직접증거가 스마트폰 안에 이미지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의 형태로 남아 있을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안에 저장되어 있는 같은 유형의 전자정보에서 그와 관련한 유력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는 범죄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구 범죄수사규칙 제119조 제3항에 따라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압수의 취지를 기재하여 압수조서를 갈음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압수절차의 적법성 심사·통제 기능에 차이가 없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동영상에 관한 압수가 형사소송법이 정한 압수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에는 압수절차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임의제출된 동영상이 이씨의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은 "위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검사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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