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증명서 제출 요구, 체납 방지 및 징수 촉진 위한 것"
"헌법상 각종 원칙 위반하거나 평등권 침해로도 볼 수 없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채권양도로 인해 국가 등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는 자에게 납세증명서 및 납부증명서 등 제출을 요구하는 규정은 위헌·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대한민국 정부가 A사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사건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B사는 정부와 2015년 3~9월 사이 합계 4억원 상당의 구명조끼를 납품하기로 물품 계약을 체결한 뒤, 관련 물품 대금 채권을 A사에 양도했고 정부도 채권양도를 승인했다.
이후 A사는 정부에 양수금을 청구했으나 정부가 납세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양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사는 정부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1억4000만원가량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에 정부는 2020년 2월 A사를 피공탁자로 해 해당 확정판결에 따른 판결금 2억2000만원가량을 변제공탁하면서, 공탁물 수령의 반대급부로 B사의 '국세, 지방세, 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 완납증명서를 제출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정부는 앞선 확정판결에 따른 채무가 공탁으로 인해 소멸했으므로 강제집행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A사는 정부가 지급을 거절하고 있을 뿐 본인에게 변제를 수령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므로 공탁은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A사는 해당 확정판결 주문에 어떠한 반대급부 의무도 부가돼 있지 않아, 납세증명서 등 제출을 변제 조건으로 하고 있는 공탁은 무효라고도 했다.
1심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세징수법 제5조에 납세자가 국가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때 납세증명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며 "납세증명서를 제출할 때까지 국가가 그 대금 지급 채무에 관해 이행지체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므로 정부서는 이행지체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 위해 이를 공탁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국세징수법 제5조(납세증명서의 제출)는 '납세자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부 관리기관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재판부는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을 요구하는 취지는 조세 등의 체납을 방지해 그 징수를 촉진하고자 하는 데 있는 것"이라며 "국가나 지자체 등이 해당 증명서의 제출을 요구했는데도 상대방이 이에 불응하면 대금의 현실적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A사는 또 채권양도로 인해 국가 등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는 자가 원래의 계약자가 아닌 경우, 양도인과 양수인의 납세증명서 및 납부증명서의 제출을 요구하는 규정은 헌법의 기본권 제한 법률유보의 원칙, 자기책임의 원칙, 조세법률주의 등에 반하고 국민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세채권의 확보라는 공익과 국민연금제도 및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공익성에 비춰, 관련 규정이 A사의 주장과 같이 헌법상의 각종 원칙을 위반하거나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으며,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