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강화 집중할수록 민심 돌아설 가능성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승리는커녕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마주한 러시아가 본격 전시경제로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특수 군사 작전을 내세우며 전쟁에 국가 예산을 대거 투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금까지는 전쟁 관련 지출을 억제하는 동시에 서방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들을 찾아 자국 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우크라이나가 최근 대반격에 나서면서 전쟁 지출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연설하는 푸틴 대통령 [사진=NHK 캡처] |
8일(현지시각) 영국 브래드퍼드대학 외교안보학과 교수 크리스토프 블루스는 연구분석 전문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올린 기고문에서 러시아의 군사 지출이 연 900억달러(약 116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5% 정도에 달하는 금액으로, 최근 이코노미스트지가 분석한 연 60억달러보다 많은 수준이다.
블루스는 이같은 경제적 충격에 더해 서방 제재 등으로 무기 자체 제작도 한계를 마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방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가 반격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가 승기를 잡기 위해 확실한 전시 체제로 돌입하든지 아니면 물가 상승 부담으로 국제적 지원이 줄면서 우크라이나가 항복하는 소모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지속 및 확대하는 상황에서 소모전이 장기화하면 러시아에는 불리할 수 있다.
블루스는 일단 러시아가 무기 부족 해결을 우선 과제로 삼은 듯 하다면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올해 1500대의 현대식 탱크 생산 계획을 밝혔고 드론 대규모 생산 속도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와 은행들도 무기 제조업체들에 대한 대규모 대출 지원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블루스는 그 동안 일상 생활에서 전쟁을 실감하지 못했던 러시아 시민들이 앞으로는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체감하게 될 것이고, 전쟁이 길어질 수록 군사력을 키우는 데 전력질주해야 하는 정부가 민심까지 달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