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리 귀국 앞두고 뉴욕 특파원 간담회
"美 요구에도 국익 위해 적극 설득해봐야"
"中과도 안보 상황 바탕 경제 협력 방안 찾아야"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5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양측을 상대로 우리의 특수성을 적극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다음달 귀국을 앞두고 있는 그는 이날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에서 뉴욕 특파원단과의 오찬 간담회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신 냉전 격화로 한국의 딜레마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동북아에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런 상황을 이해한다고 해도 우리에게 너무 손해가 나는 요구까지 모두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압박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 경제와 국력이 흔들리며 미국 입장에서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면서 "미국에게도 동맹(한국)이 약해지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이런 관점에서 "(국익을 해치는)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선 적극 설득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왜 그런 시도를 하는 노력조차 않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미국 뉴욕 특파원과 간담회를 갖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사진=뉴스핌] |
이어 일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조차 윤석열 대통령을 '협상하지 않는 대통령'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만난 일본의 학자와 언론인 조차도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동맹국들에게 내세우고 있는 '탈동조화'와 '프렌드 쇼어링(Friedn-shoring· 동맹 중심 공급망)'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면서 한국 정부의 맹목적인 추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향후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에서도 이와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안보는 경제적 번영 문제보다 더 본질적인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에게도 한국은 (안보 상 이유로) 미국의 동맹이란 점을 미리 분명히 밝히고 이해시키면 윈-윈(win-win·상호 이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에 한미 동맹의 불가피성을 분명히 설득하면서 경제 협력을 유지할 방안을 찾아가는 방식의 접근을 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전 총리는 "한국은 물론, 일본도 동북아에서 중국과 이웃하고 있는 데 중국과 대립만 해서는 지역의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중국과 협력해 나가더라도 (우리의) 의존도는 낮추는 것이 굉장히 긴요하다"면서 "지금보다 더 의존도가 높아지면 예속이 되고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전 총리는 중국의 최근 리오프닝(재개방)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이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경제적인 이유라면 정부가 할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외교적 요인이 크다면 그것은 정부가 적극 나서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사 재직시 도쿄 특파원을 지내는 등 한국 정치계의 '일본통'으로 알려진 이 전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최근 대일 외교 기조도 비판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해법 수용과 적극적인 대외 외교가 "일방적으로 한국이 양보하는 내용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조치들이 "차기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이 약속들을 뒤집을 수도 없게 해서 곤혹스럽고 부담스럽게 만들었 뿐 아니라, 그동안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온 우리 국민들까지 나무라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짚었다.
이 전 총리는 이같은 한반도 위기에 대한 고민을 최근 출판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에 담았다면서, 다음달 12일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의 강연을 마친 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