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천명관 작가의 장편소설 '고래'가 올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수상이 불발됐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23일 밤 10시(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카이 가든에서 시상식을 열고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불가리아 작가 겸 시인인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천명관 작가의 '고래' 영문 번역판. [사진=부커상 홈페이지] |
이 작품을 영어로 옮긴 번역가 안젤라 로델도 공동 수상했다. 부커상 최초로 불가리아어로 쓰여진 작품이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타임 셸터'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유망한 치료법을 제공하는 한 클리닉을 둘러싼 이야기다.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과거 10년을 세세하게 재현해낸다.
이날 시상식에서 고스포디노프 작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한 삶은 이어지고, 그것이 문학의 기적"이라며 수상의 기쁨을 전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국가 정체성과 기억과 향수의 유혹적인 위험에 관한 창의적이고 파괴적이며 병적으로 유머러스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또 레일라 슬리마니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장은 "우리의 기억이 사라질 때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천명관 작가의 '고래'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지난 4월 최종 후보 6명에 포함돼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이어 한국인으론 두 번째 부커상 수상의 기대를 모았다.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고래'는 출간 이후 스테디셀러로 꼽히며 10만부 넘게 팔렸다. 특히 이번 후보 지명으로 국내 출간 19년 만에 다시 주목받은 바 있다.
한국 작품이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네 번째다.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최종심에 올라 부커상 전신인 맨부커 국제부문상을 받았고, 한강의 '흰'(2018년), 정보라의 '저주토끼'(2022년)는 최종 후보에 올랐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05년 신설된 이 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의 영어 번역 문학작품에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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