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보름 지난 후 방조혐의 남성 입건
경찰 "남성과 A양 나눈 대화, '구체적 자살 계획' 해당"
전문가 "악의적 접근 多…정부 차원 적극 협조 要"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서울 강남 '극단 선택 생중계'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 후, 경찰이 20대 남성 최모(27) 씨를 입건했다. 최씨가 먼저 극단 선택 공모를 모집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등 사건에 깊게 연루된 것이 밝혀지면서 '우울증 갤러리' 등 자살 관련 커뮤니티에 대한 단속 필요성이 거듭 제기된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 최씨를 자살방조와 자살예방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최씨를 입건한 것은 사건 발생 보름 후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에서 고등학생 A양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생중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최씨는 사망 현장에 함께 있지 않았지만 이후 조사 결과 최씨가 먼저 "함께 극단 선택을 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취지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튿날 곧바로 최씨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했지만 추후 자살방조 등 혐의에 해당하는지 살펴본 후 입건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특히 최씨와 A양이 나눈 대화 내용이 구체적 자살 계획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최씨가 입건되면서 '우울증갤러리'가 사건에 깊이 연루됐음이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 등 단속 필요성을 거듭 지적했다. 특히 미성년자나 우울증을 앓는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점, 성폭행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소산 등이 끊임없이 제기됨에 따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천대 길병원 배승민 소아정신과 교수는 "정신질환은 사람의 판단력을 낮추고 사기를 비롯한 각종 범죄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라며 "특히 성숙 단계에 접어든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그 피해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커뮤니티 등에) 무차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경희대 백명재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또한 "커뮤니티를 통해 성 착취라든가 금전적인 것이라든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들이 워낙 많다"며 "실제 자살 관련 약을 판매하는 것 등은 대부업체랑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AI를 통해 SNS나 온라인상 자살 유해 정보들을 탐지해 삭제하는 것들을 올해 안에 시행하기 위해 추진 중에 있다"며 "삭제 조치를 하더라도 SNS 등을 통해 링크가 더 빠른 속도로 무한정 확산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 발생 후 형사, 여성청소년, 사이버 등 여러 부서 협업으로 관련 TF를 구성하고 그간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조사 중이다. 전날 경찰은 자살유발정보 게시글 등 37건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커뮤니티 접속 자체의 차단은 보류된 상태다. 경찰은 앞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커뮤니티 접속을 막아달라고 당국에 요청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차단 의결은 '보류'를 결정하는 대신 모니터링 강화 방침을 밝혔다. 디시인사이드 측도 폐쇄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성인인증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자살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