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내달 1일 '4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작년 2월 이후 14개월만에 3%대 물가 기대감
기준금리 두달째 3.5% 동결…물가안정 주목
치솟던 국제유가 정상화…채소가격 안정 추세
물가안정 기대감에 전기료 인상 논의 후순위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내달 1일 발표하는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3%대 물가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기준금리가 연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대인플레이션 심리가 꺾이고 있는데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무섭게 치솟던 국제유가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어서다.
만약 정부 뜻대로 3%대 물가가 발표된다면, 2022년 2월(3.7%) 이후 14개월 만이다.
◆ 기준금리 동결·국제유가 하락·채솟값 안정세…3%대 물가 가능성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 산하 기관인 통계청은 내달 1일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4월 말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를 공개한다.
지난달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100)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상승폭은 작년 3월(4.1%)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내달 1일 발표하는 4월 소비자물가동향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고물가의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3%대 물가를 찍을 수 있을 지 여부다. 통상적으로 3%대 물가는 고물가에서 저물가로 옮겨가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즉 물가가 완연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는 수치다.
기재부는 하반기 예상됐던 3% 물가가 한두 달 앞당겨질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그동안의 추세를 살펴보면 내달 발표하는 4월 물가동향에서 3% 물가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내달 3%대 물가를 기대하는 근거로는 기준금리 동결, 국제유가 하락, 채소류 가격 안정세 등을 꼽는다.
우선 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면서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26일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7%로 전월 대비 0.2%포인트(p)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통화정책의 목적 외에도 물가안정화를 위해 추진되는데, 기준금리 동결은 물가가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다는 대외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지난달 말부터 한 달여간 무섭게 치솟던 국제유가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가격은 지난달 24일 74.10원에서 이달 12일 86.35로 20% 가까이 뛰었다가, 어제(26일) 기준 76.75로 내려앉았다.
채소류 가격도 점차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발표한 '주요 채소류 수급동향과 전망'에서 "한파 피해와 일조량 부족 등으로 강세를 보였던 일부 채소류 가격이 점진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 정부, 전기료 인상 '전전긍긍'…총선 이후 가능성도 제기
물가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전기료 인상 논의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이후 인상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친다.
윤석열 정부는 매번 정책 추진과정에서 '국민 안정'을 최우선 기치로 내걸었다. '물가 안정'은 국민 안정을 실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물가안정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정부가 모르쇠 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경제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 안정이 '1순위'라는 점을 공공연히 언급해 왔다. 추 부총리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 나가는 게 정책의 우선순위"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때문에 전기료 인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인상 여부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전기료 인상을 성급히 추진했다가 정부와 노선을 달리하는 반대자로 낙인찍힐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과 전력산업계는 전기료 인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누적적자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한전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 21일 사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인건비 감축과 조직 인력 혁신안 등이 포함된 자구책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해 발표하겠다"며 조속한 전기료 인상을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전기료 인상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대의를 뛰어넘을 수 있는 명분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연내 인상이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