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전국 경기남부

속보

더보기

530년된 수원 영통 느티나무…쓰러진 후에도 이어지는 나무사랑

기사입력 : 2023년04월09일 16:31

최종수정 : 2023년04월09일 16:31

수고23m,흉고둘레8.2m자랑…2017년 산림청의 보호수 책자 표지 선정
2018년6월 비바람에 부러진 후 수원시가 정성들여 후계목 및 실생묘 육성
청명단오제,시민뮤지컬,그루터기 시설물 등 시민 삶 속에서 역사성 지속

[수원=뉴스핌] 순정우 기자 = 경기 수원에는 현실판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다. 주인공은 5년 전 비바람에 부러진 영통 느티나무 보호수다. 반천 년 동안 농경 마을의 수호신이자 사람들의 벗이었고,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신도시 주민들의 자부심이 되었던 나무다.

9일 수원시가 밝힌 느티나무의 후계목을 육성하고 나무를 이어가기 위한 시의 노력과 나무를 기억하려는 시민의 노력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2017년 5월, 청명단오제가 열린 단오어린이공원에서 영통 느티나무가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다. [사진=수원시]

◆530년 역사를 품은 영통 느티나무

영통신도시의 한가운데 위치한 느티나무사거리에는 원래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었다. 지금은 3m가량의 밑동만 남았지만 '경기-수원-11'이라는 지정번호로 관리되는 보호수였다. 보호수로 지정된 1982년 당시 수령을 500년으로 추정했으니 40여년이 지난 지금은 540살인 셈이다.

원래 이 나무는 23m의 높이를 자랑했다. 20여그루에 달하는 수원의 보호수 중에서도 가장 높은 높이다. 흉고(가슴 높이 약 1.2m) 둘레는 8.2m에 달했다. 밑동 둘레를 한바퀴 돌면 스물다섯 걸음을 걸어야 하는 거대한 크기였다. 4m 높이에서 여러 가지가 펼쳐지며 커다랗고 누구나 생각하는 동그란 나무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었다. 지난 2017년 산림청이 전국의 노거수와 명목 등을 평가해 선정한 으뜸보호수 100주에 선정된 것은 물론 보호수의 이야기를 엮어 만든 책 '이야기가 있는 보호수'의 표지에 실렸을 정도로 수려한 모습을 자랑했다.

영통 느티나무는 예로부터 신성한 나무로 여겨지며 수많은 전설이 있었다. 전쟁처럼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칠 무렵에 나무가 구렁이 울음소리 같은 이상한 소리를 냈다고 하고, 수원화성 축조 때 이 나뭇가지를 잘라 서까래용으로 썼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일제강점기에는 벌목 위기에 놓였던 나무를 지역 유지가 구했다고도 전해진다.

특히 오랜 세월 동안 당산나무로 치성을 받으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해왔다. 영통신도시가 개발되기 전인 1990년대까지 평범한 농촌마을이던 영통리의 상징이자 마을의 구심점이었다. 뙤약볕을 피해 멍석을 깔고 쉬거나 장기판이 펼쳐지는 주민들의 쉼터이자, 매년 단옷날 청명산 약수터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내려와 당산제와 동네 잔치가 열리는 소통의 장이었다.

하지만 마을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느티나무는 아파트 숲 한가운데에 외로이 자리를 잡았고, 단오제는 명맥이 끊겼다. 이를 아쉬워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2005년부터 '청명단오제'를 지내기 시작하면서 단오어린이공원의 느티나무는 다시 영통구 주민의 화합의 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2018년 6월, 비바람이 몰아쳐 영통 느티나무가 부러지자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수원시]

◆부러진 느티나무, 후계목으로 역사를 잇다

단오어린이공원의 터줏대감으로 남녀노소 주민들의 사랑을 받던 느티나무에 변고가 생긴 것은 5년 전이다. 초여름 장맛비가 시작되던 즈음이었다. 세찬 비바람이 퍼붓던 날, 오후 내내 불어온 큰 바람에 사방으로 활짝 퍼졌던 가지들이 찢기듯 무너져 내렸다. 2018년 6월 26일 오후 3시께, 속살을 드러낸 영통 느티나무는 53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끝내 부러져버렸다. 내부 동공(洞空)이 커 바람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소식을 접한 수원시는 즉각 대책 마련에 분주하게 나섰다. 느티나무의 남은 부분을 보호하는 방법과 복원할 방법을 찾기 위해 나무병원 등 전문가와 함께 머리를 맞댔다. 부러진 느티나무를 위로하는 제(祭)를 올리고, 가지 등 잔해를 수거하는 한편 날카롭게 남은 부분을 다듬으며 주민 안전에도 만전을 기울였다.

이후 수원시는 전문가는 물론 시민과 함께한 대책회의를 거쳐 보호수 복원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밑동에서 자라난 맹아(萌芽)와 주변에 흩뿌려진 씨앗에서 자라난 실생묘(實生苗)를 육성하고, 조직배양으로 후계목을 키우는 방법도 병행하기로 했다.

복원공사는 이듬해 봄부터 시작됐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와 함께 복원을 추진, 조직배양을 통해 후계목 20주를 증식하는데 성공했다. 주변에 자라고 있는 실생묘 중 우량목도 집중 육성하기 시작했다. 3m가량 남은 밑동은 자연적으로 탈락하는 수피를 제거하고, 지속적으로 방수 및 방부 처리를 하며 보존했다.

후계목은 쑥쑥 자랐다. 현재 15주는 산림환경연구소 실험실에 있고, 4주는 수원시 무궁화원에 마련된 양묘장에서 집중적으로 관리 중이다. 화분을 거쳐 노지 적응을 진행 중인 후계목들은 1.5m가량 높이로 커져 제법 나무의 틀을 갖춰가며 엄마 나무의 역사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단오어린이공원에 남은 밑동 주변에는 원래 느티나무의 자녀 격인 실생묘 20주가 3~4m 크기로 성장했다. 기둥을 곧게 세우기 위해 지주목을 대고, 생장을 방해하지 않고 아름다운 수형을 갖출 수 있도록 가지치기 등 정성을 다해 관리하고 있다. 후계목과 실생묘들이 영통 느티나무의 실질적인 생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밑동만 남은 영통 느티나무와 부러진 가지로 만든 조형물이 설치된 현재의 모습 [사진=수원시]

◆나무와 함께하는 삶은 지속된다

주민들의 삶 속에서 영통 느티나무의 생명력도 끊어지지 않았다. 530년 넘게 사람들의 삶을 지켜봐 온 것처럼 여전히 한 자리에서 수원시민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통구의 대표 축제인 '청명단오제'다. 느티나무가 부러진 이듬해인 2019년 주 무대는 인근 영통사 공원으로 옮겨졌지만 단오놀이 중 백미인 그네뛰기는 예전처럼 느티나무 앞에서 진행돼 역사성을 이어갔다. 이후 코로나19로 산신제만 진행하며 명목을 유지했던 청명단오제는 지난해 다시 단오어린이공원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부활했다. 커다란 밑동으로 남은 느티나무 주변에 주민들이 소원 리본을 매달고, 흥겨운 줄타기와 공연, 다양한 체험이 펼쳐졌다.

영통구 주민들은 색다른 방식으로 느티나무와의 추억을 남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고 있는 '영통시민뮤지컬'이 영통 느티나무를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창작해 공연한 것이 그 예다. 영통1~3동 주민 20여명이 참여해 만든 '나무아이'라는 제목의 뮤지컬은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무대에 올려졌다. 6·25 전쟁 때 영통 느티나무 덕분에 목숨을 구한 주인공 '복순'이가 노인이 되어 치매를 앓으면서 느티나무를 엄마로 믿고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설정이었다. 특히 도시개발로 자연의 친구들이 곁을 떠나며 속이 텅 비어버린 느티나무가 결국 비바람에 쓰러지는 서사를 더해 자연의 소중함을 담아냈다.

수원시 관계자가 영통 느티나무 주변에서 씨앗이 뿌리를 내린 뒤 자란 실생묘를 다듬고 있다.[사진=수원시]

지금도 영통 느티나무는 그 자리에서 사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부러졌던 나뭇가지를 다양한 시설물로 재활용해 고향인 단오어린이공원에 설치함으로써 느티나무는 다시 주민들과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간다. 원래 가지 모양을 그대로 살려 제각각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뽐내는 벤치 5점, 숲속의집이나 피노키오 등의 모양으로 만들어진 조형물, 자동차와 평균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어린이놀이터 자연물 놀이기구 2점 등이 공원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2018.6.26. 무너진 느티나무 보호수,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다! 2020.11.'이라고 동판에 새겨져 시민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jungwo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지지율 2.7%p↓ 29.4%…"의료대란·국회 개원식 불참 등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해 20%대 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5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일~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29.4%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7.8%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8%다. 지난 조사 대비 긍정평가는 2.7%포인트(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2.7%p 상승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38.4%p다. 연령별로 보면 만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22.1% '잘 못함' 74.2%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1.5% '잘 못함' 64.7%였다. 40대는 '잘함' 21.3% '잘 못함' 78.7%, 50대는 '잘함' 22.4% '잘 못함' 76.7%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33.3% '잘 못함' 64.2%였고, 70대 이상에서는 '잘함'이 50.4%로 '잘 못함'(42.3%)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0.6%, '잘 못함'은 65.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29.2% '잘 못함' 69.2%, 대전·충청·세종 '잘함' 27.2% '잘 못함' 68.0%, 부산·울산·경남 '잘함' 31.9% '잘 못함' 66.2%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40.2% '잘 못함' 53.8%, 전남·광주·전북 '잘함' 16.3% '잘 못함' 83.7%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28.9% '잘 못함' 69.2%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29.5% '잘 못함' 68.1%, 여성은 '잘함' 29.4% '잘 못함' 67.4%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결과에 대해 "친일 논란 및 의료대란, 검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며 국회 외면 논란 등이 번지며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됐다"고 해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번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떨어졌으니 하락하는 추세로 볼 수 있다"며 "8·15광복절 행사 뒤에도 이어지는 친일 논란과 윤-한 갈등, 국회 개원식 불참 등의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정치 전반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본인 정치를 못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9-05 06:00
사진
'주담대 제한' 인뱅·2금융권 확산 조짐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제2금융권으로까지 대출 풍선효과가 확산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제한이 인터넷전문은행과 외국계은행을 넘어 2금융권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2금융권까지 주담대 제한이 확산되면 대출 실수요자들은 지금보다 더욱 자금 확보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p) 일괄 인상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의 주담대 최저 금리는 3.64%로, 주담대 금리를 조정해 인상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도 지난 3일부터 주택구입목적의 주담대 대상자를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최장 50년이던 주담대 대출 기간은 30년으로 축소했고,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했다.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이은 비금리 방식의 주담대 제한에 나서자 대출 수요가 몰릴 것을 대비해 외국계은행과 인터넷은행이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억제를 위한 초강수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대출 수요가 지방은행 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외국계은행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역시 은행권 대출 절벽을 피해 최근 대출 수요가 몰리는 곳 중 하나다. 지난달 말 기준 삼성, 한화, 교보 등 3개 대형 생명보험사의 주택 관련 대출잔액은 30조6080억원으로 7월 말 30조2248억원 대비 3832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전날부터 보험업권 중 처음으로 수도권 주담대의 경우 기존 주택 보유자에 대해 주택 구입 자금을 제한하기로 했다. 원금을 일정 기간 이후부터 갚는 거치형 대출 취급도 전면 중단했다. 지난달 2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권 간담회 이후 발표한 것으로 당국과의 교감 속에 제2금융권으로의 대출 '풍선효과' 우려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개최된 '가계부채 관련 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금융당국의 은행권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실수요자의 피해 우려가 제기되자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대출 실수요자의 애로사항과 금융권·부동산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했다. 2024.09.04 yym58@newspim.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보험, 상호금융 등 아직 대출 규제가 느슨한 제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에는 대출 정보의 유통속도가 빨라 금융회사 간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 우려도 크다"며 "은행권 뿐 아니라 보험, 중소금융회사 등 전 금융권이 합심하여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주담대 제한은 삼성생명에 이어 다른 보험사와 상호금융업권 등 여타 제2금융권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전 금융권이 비슷한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대출 수요가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현황 브리핑에서 "아직 다른 업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고, 현재까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면서도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현장검사 등을 통해 지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보험업권과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증감과 함께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 건수를 하루 단위로 점검하고 있다. y2kid@newspim.com 2024-09-05 14:3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