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해 파장이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각) CNN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국영 TV 러시아24와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이 문제(러시아 전술 핵무기 배치)를 논의했고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2023.03.27 kwonjiun@newspim.com |
러시아가 국외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1990년대 옛 소련 해체 이후 약 30여년 만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수십년간 전술 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 온 점을 강조하면서 핵비확산 합의에 관한 국제적인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 똑같이 하기로 벨라루스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대와 전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10대의 항공기를 이미 벨라루스에 주둔시켰다면서, 오는 7월 1일까지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술핵 무기가 언제 벨라루스에 배치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지난 1년간 이번 합의에 대해 논의해 왔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전략적 핵 태세를 조정할 어떤 이유도,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우리가 전략적 핵 태세를 조정할 이유나 러시아가 핵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보지 못했다"며 "나토 동맹의 집단 방어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 국장은 이번 결정을 두고 "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게임"이라며 "러시아 내에 이런 핵무기가 매우 많다는 점에 비춰보면 벨라루스 배치에 딱히 군사적 효용이 없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러한 조처가 벨라루스 내부의 동요를 일으킬 것이라며 비난했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26일 트위터를 통해 전술핵 배치 결정을 두고 "크렘린이 벨라루스를 '핵 인질'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벨라루스 사회에서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대화할 것이고 벨라루스 내부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