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0위 산유국, 정유시설 부족으로 국내 생산 60%
RFCC 고도화 인니 최대규모 사업…일본시장 도전
인니 첫 전기차 생산한 현대차, 아세안 거점으로 낙점
[브카시·발릭파판=뉴스핌] 강명연 기자 =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주 해안가에 위치한 발릭파판은 유전지대로 개발돼 온 지역이다.
현지시각 18일 대규모 정유공장이 늘어선 한가운데를 달려 현대엔지니어링이 진행 중인 정유설비 현대화 사업 '아이칸(IKAN) 프로젝트' 현장을 만날 수 있었다. 신수도 예정지인 누산타라와 약 90km 떨어져 있어 주요 소비지로의 이동이 용이한 위치다.
축구장 400배 규모의 300만㎡ 부지에는 기존 공장 고도화 외에 물, 전기, 스팀 생산 설비와 중질유분해시설(RFCC) 등 신규설비 등의 공사가 한창이었다. 특히 이번 사업의 핵심인 RFCC는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대엔지니어링 아이칸 프로젝트 현장 전경 [사진=인도네시아 해외건설 수주지원단 동행기자단] |
◆ 인니 최대 정유사업, 현엔 수주 성과…일본 점령 시장에 균열
인도네시아는 세계 20위 산유국이지만 정유시설이 부족해 석유 소비의 60%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니 정유 자립화 최대 사업을 통해 수입 감소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플랜트 사업은 일본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들이 30년 가까이 수주해왔지만 2019년 현대엔지니어링이 최초로 인니 국영 정유회사(Pertamina) 발주공사를 수주했다"며 "인니 최대 정유 자립화 사업이자 한-인 플랜트 최대 협력사업을 통해 양국 기자재·시공 중소업체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원유 정제품 생산량은 하루 26만배럴에서 36만배럴로 늘어날 예정이다. 인니에 부족한 플랜트 고도화 설비인 RFCC를 통해 원유 이용률이 높아지면 자립화에 기여할 수 있다. RFCC는 증류공정 후 남은 중질류를 분해해 고부가가치의 LPG, 휘발유, 경유를 생산하는 고도화 공정이다. 증류탑에서 벙커C유가 먼저 걸러진 뒤 경유, 등유, 제트연료유, 나프타 등을 뽑아낼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원유를 최대한 짜내는 공정으로 잔인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효율적인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황성분을 줄여 유럽의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5에 맞는 석유제품 생산이 가능해진다. 40년 넘은 공장에서 나오는 석유제품의 질과 양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전기생산시설, 수소생산시설 등 설비공사와 석유 황제거, 폐수처리장 등이 함께 건설된다. 인니의 다른 정유공장들이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데 비해 안정적인 공장 가동이 가능해진다. 전체 5조8000억원 총사업비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이 조인트오퍼레이션(JO·공동경영)으로 4조1000억원, 70%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25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까지 시공은 50% 정도가 진행됐다. 향후 인니 국책사업으로 신규·개선 플랜트 등에만 540억달러(약 70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예상된다.
현장을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직원들을 격려하고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간식거리와 손톱깎이 등을 전달했다. 원 장관은 "필요한 물품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의외로 손톱깎이라고 해서 400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HMMI)에 방문해 생산차량에 시승한 모습 [사진=인도네시아 해외건설 수주지원단 동행기자단] |
◆ 현대차, 인니 첫 전기차 생산…아세안 거점 육성 전략
인니 수도 자카르타와 인접한 산업도시 브카시에는 또 다른 현대차그룹 거점이 자리잡고 있다. 혼다, 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기업이 들어선 한가운데를 차지한 현대차 인도네시아공장(HMMI)이다.
HMMI는 현대차가 인니 첫 전기차를 생산한 곳이다. 일본이 현지 자동차 시장을 점령한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 현대차는 인니와 투자 MOU를 체결하고 12월부터 공장 건설을 시작해 2021년 12월 완공했다. MOU 직후 코로나 위기가 이어진 가운데 완공 일자를 맞췄다.
2021년 가동 첫해 인니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 점유율은 0.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4%로 뛰어올랐다. 토요타가 34%로 여전히 선점한 시장이지만 현대차는 전기차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의 의지에 불을 지핀 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다. 2019년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조코위 대통령이 친필 사인한 코나 차량이 공장 로비에 증거로 남아 있다.
이영택 현대차 아세안권역본부 부사장은 "코로나로 외국인이 두 달 간 한 명도 못들어오는 가운데 기술자 100명이 들어와 일정을 맞추는 등 인니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공장 건설이 거의 중단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며 "인니 정부가 일본 메이커에 의료용 산소 제조를 부탁했지만 거절한 것을 현대차가 해결해주면서 한국과 현대차에 대해 남다른 감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HMMI)에 방문해 직원들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인도네시아 해외건설 수주지원단 동행기자단] |
현대차는 아세안 생산거점으로 HMMI를 낙점했다. 아세안의 유일한 생산기지인 베트남 공장은 엔진 등 주요 부품을 한국에서 조달해 조립하는 수준인 반면 HMMI는 엔진을 비롯한 주요부품과 차체를 생산해 완성차를 만드는 공정을 모두 갖췄다. 최신 시설 답게 자동화율은 차체 용접 100%, 프레스 60%, 조립 11%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 이 곳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를 비롯해 인니 전용차, 아이오닉5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인니는 2억8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성장 잠재력을 가진 국가이자 현지화율 60%를 맞추면 관세율이 베트남에 비해 유리한 것도 강점"이라며 "작년에 전기차 1900대를 판매했고 올해는 8000대를 예상한다. 테슬라를 제외하면 현대차가 전기차에서 가장 앞선 만큼 성장하는 아세안 시장에서 미래기술로 앞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HMMI) 전경 [사진=인도네시아 해외건설 수주지원단 동행기자단] |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