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지난 5일 종영된 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1번지인 서울 대치동의 현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일타 강사 최치열과 남행선의 사랑 얘기 보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SKY' 입시의 고달픔이 더 크게 다가왔다.
비단 대치동이 아니어도 전국의 학원가는 수많은 학생과 셔틀버스, 학부모의 차량으로 뒤엉킨다. 셔틀버스는 도로 한켠을 채우고, 학부모들도 자녀들을 태우기 위해 비상등을 깜빡인다.
학부모들은 이 사회가 얼마나 치열한지 잘 안다. 때문에 자녀들이 혹독한 사회에서 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공부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크게는 SKY를 보내기 위해, 적어도 본인들 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자녀들의 삶을 꿈꾸면서 말이다.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저 오뚝이처럼 일어나라는 격려도 때론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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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김기락 차장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아들 학교 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정순신(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 소식은 사회 곳곳의 분노로 이어졌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학폭 가해자였는데도 2020년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
특히, 정 변호사 아들이 2017년 고1 당시 학폭이 일어난 뒤, 2018년 학교 측으로부터 강제 전학 조치를 받았으나, 정 변호사는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부터 각종 소송을 이어가며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선고된 2019년이 돼서야 학교 처분대로 아들을 전학시켰다.
2018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정 변호사는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근무했다. 검사, 법률가를 넘어 사회지도층으로 불릴 만한 자리다. 어쩌면 대중의 분노 시발점은 이 지점에 있는지 모른다. 검사가 학교 조치에 '법대로' 했기 때문에.
법률가로서 소송은 일반인들 보다 쉬웠을 테니, 피해 학생 측이나 학교 측에선 어느 정도 예상도 가능했으리라 본다. 피해자 입장에선 고1 때 벌어진 사건이 고3이 돼서야 정 변호사 아들의 얼굴을 더 이상 보지 않을 수 있게 됐다. 피해자는 졸업 이듬해에도 대학에 못 간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 편을 들고자 했을 '정 검사'의 부모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 난다고, 내 새끼만 잘못 했을까 생각도 들었을 게다. 대입을 앞두고 전학으로 인한 환경 변화 등 아들의 스트레스까지 최소화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정 변호사 아들은 이런 정 변호사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까? 아니면 정 변호사가 국수본부장에 지원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망하고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법대로' 했다가 정 변호사와 아들이 현재 처한 현실은 법을 뛰어넘어 평생 갈 고통이라는 것. 청년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서울대에 대자보가 붙었다. 분노가 언제까지 확산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사회가 들끓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과 변호사 단체는 조용하다. 그래서 비극적이다. 부끄러움의 몫은 검찰일까? 변호사 단체일까? 아니면 정 변호사 아들을 받은 서울대일까?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