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물량 10년 만에 최대, 매달 1만가구씩 늘어
주택 분양사업 부실화에 매출채권 쌓이고 PF시장 냉각
건설사 부실채권 증가 불가피, 중소건설사 자금난 재부각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아파트 미분양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건설사의 매출채권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하고 발생한 매출채권을 제대로 회수하기 어렵다. 공사미수금인 매출채권이 늘어나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현금 유입이 원활치 않아 자금난을 불러온다. 미래 수익성을 담보로 사업을 진행하는 PF사업에도 제동이 걸린다. 주택 매수심리 하락에 미분양 물량이 조만간 10만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설사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미분양 10년 만에 최대, 건설사 현금유동성 '경고등'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설사 매출채권이 부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퍼지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설업계의 자금난에 경고등이 켜졌다. 서울 아파트 모습.<사진=정일구 기자> |
제조업에서 매출채권은 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으로 외상 매출금과 받을 어음 등 '외상 판매대금'을 가리킨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사미수금이 주로 포함된다. 건설업계의 잠재적 부실로 인식되는 미청구공사도 증가세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를 진행하고 발주처에 요구하지 못한 비용으로 매출채권과 가장 큰 차이는 공사대금 청구 여부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면 건설사의 매출채권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분양시장에서 수요자에 외면받았어도 계약에 따라 건설사는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공정률에 맞춰 발주처에 공사대금을 요청하더라도 계약률이 부진하면 공사비 회수가 어렵다. 공사대금으로 충당할 분양 계약금과 중도금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회계상으로는 매출로 인식했지만 실제 공사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대손충당금 부담이 커지고 현금 흐름은 악화된다. 기업 신용도 평가에도 감정 요인이다.
올해 1월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은 7만5359가구로 2012년 12월(7만5000가구) 이후 10년 1개월 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작년 5월(2만7000가구) 이후 8개월 연속 증가세다. 수도권이 1만2257가구로 전월(1만1076가구)보다 10.7%(1181가구), 지방은 6만4102가구로 전월(5만7072가구)보다 10.6%(6030가구) 늘었다. 3~4년간 이어진 주택시장 호황에 건설사들이 집중적으로 물량을 쏟아냈지만 작년부터 꺾인 매수심리 악화로 수요가 받쳐주지 않자 미분양 증가로 이어졌다.
작년부터 건설사 매출채권이 회수되지 않고 쌓이는 상황이다. 가장 규모가 큰 건설사는 GS건설로 작년 3분기 연결 기준 2조9021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21년 말(2조2001억원) 대비 31.9%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1조6348억원에서 2조1633억원으로 32.3% 늘었고 DL이앤씨는 9794억에서 1조1529억원으로 17.7% 증가했다. 대우건설도 7371억원에서 8732억원으로 불어났다.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미분양이 매월 1만가씩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 매출채권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돈맥경화' 불가피
미분양 확대는 부동산 PF 시장의 '돈맥경화'로 이어져 건설사 줄도산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PF사업은 개발사업의 미래 가치를 담보로 대출이 이뤄지는 만큼 안정적인 사업성이 투자의 중요한 척도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서 분양사업에 미래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PF사업 대출이 조기 상환되거나 차환이 막힐 공산이 크다.
PF시장이 얼어붙으면 건설사의 신규 사업 및 자금 유동성에 타격을 준다. PF사업은 대체로 자금력과 신용도가 부족한 시행사 대신 시공사가 보증을 서 이뤄진다. 차환에 실패하면 건설사의 보유 자금으로 사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시행사가 자금난에 부도가 나면 보증계약을 맺은 건설사가 사업을 떠안아야 한다.
사업 불확실성에 커지면서 손실을 보더라도 건설사가 손을 떼는 경우도 발생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2월 초 울산 동구 사업장 시공권을 포기했다. 최근 분양시장이 위축된 데다 고금리 부담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공권을 포기하는 대신 변제한 금액은 440억원이다. 시간을 끌수록 손해라는 판단에 공사를 포기한 것이다. 이처럼 미분양 확산세가 멈추지 않으면 건설사의 시공권 포기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면 PF 대출 이자나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크게 확산할 것"이라며 "주택경기를 감안할 때 미분양 해소가 단기적으로 쉽지 않고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건설업계의 자금난뿐 아니라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