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일시정지 의무' 도로교통법 개정안 지난달 시행
현장 직접 가보니…차량 10대 중 1대만 일시정지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차량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를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여전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로 전환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사거리에서 보행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기 전 한 차량이 우회전을 시도하고 있다. 2023.02.27 chojw@newspim.com |
27일 오전 뉴스핌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사거리에서 고속터미널역 방면으로 우회전하는 차량들을 지켜본 결과, 교차로를 지나기 전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 의무를 지킨 차량은 123대 중 11대였다. 10대 중 1대도 되지 않았다.
우회전 차량 중 보행 신호등이 녹색일 때 슬그머니 지나간 차량은 64대에 달했다. 우회전 차량 절반 가량은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가 없다는 이유로 보행 신호등이 녹색에서 적색으로 채 바뀌기 전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간 것이다.
같은 날 오전 강남구 논현동으로 이동해 우회전 차량들을 지켜봤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논현역 사거리 인근 횡단보도의 보행 신호가 7번 바뀌는 동안 학동로4길에서 반포역 방면으로 우회전한 차량은 24대. 이중 횡단보도 직전에서 일시정지한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고, 보행 신호등이 녹색일 때 횡단보도선을 밟거나 우회전한 차량은 19대에 이르렀다.
한 아반떼 차량은 우회전을 시도하던 중 보행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자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가속페달을 밟고 횡단보도를 지나가버리도 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반드시 일시정지해야 한 뒤 우회전해야 한다.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일단 멈춰서야 한다. 전방 신호등이 적색이라면 정지선·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멈춰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는지 살펴야 하고, 전방 신호등이 녹색이라면 보행자가 없을 때 서행 우회전할 수 있다.
차량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강화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차량과 보행자 모두 변화를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논현역 사거리 교차로에서 만난 최모(62) 씨는 "아직까진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화가 시행됐다는 사실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내가 운전할 때도 (멈춤 없이) 우회전하는 습관이 남아있고, 보행자로서도 우회전 차량들의 특별히 주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개정안이 시행된 후에도 우회전 참변이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이 우회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앞서 같은 달 10일에는 서울 광진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또 다른 70대 여성이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모두 운전자가 우회전 당시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아 보행자를 인지하지 못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이 현장에 조기 정착하기 위해선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박무혁 도로교통관리공단 교수는 "도로교통법의 잦은 개정에 따른 혼란과 운전자들의 인지 부족, 정부 부처의 홍보 부족 등이 한데 맞물린 탓"이라며 "보행자 통행량이 많거나 운전자들의 법규 위반이 많이 일어나는 현장엔 경찰력이 더 많이 동원돼 적극적인 계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운전자들이 면허증을 취득할 때를 제외하면 운전자들이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무하다"며 "운전면허증 갱신 시 재교육 의무화 등 운전자 교육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교육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교수는 "길을 건너겠다는 손짓 등 보행자의 의사표시가 운전자들의 행동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최소한 보행자와 운전자 간 인식 불일치로 인한 사고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봤다.
개정안 계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4월 22일부턴 적색 신호에서 일시 정지 없이 우회전을 하거나 횡단보도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하면 범칙금 6만원과 벌점이 부과된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