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지난해 4월 서울 동작구의 한 시내버스 뒷자석에 앉아있던 50대 남성 A씨는 앞자리에 앉아 있던 여성에게 말을 건넸다. 이윽고 다른 승객들이 일부 하차하자 "이제 4명밖에 안남았네", "죽이겠다"라며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불안감을 느낀 피해자는 원래 목적지보다 먼저 하차한 뒤 근처에 있던 마트 안으로 도망갔다. A씨는 피해자를 따라 버스에서 내린 뒤 노상가판대에 있던 손도끼를 몰래 집어 들고 마트로 들어가 손도끼 손잡이 부분으로 피해자를 위협하고 폭행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순순히 잡혀가지도 않았다. 급하게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한 뒤 상가 건물 화장실 용변칸에서 변기 수조 뚜껑을 집어 들고 문 앞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관의 머리를 내리쳤다.

결국 A씨는 지난해 5월 특수폭행, 특수협박, 절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재물손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jeongwon1026@newspim.com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박정길 박정제 박사랑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여 폭행 또는 협박하고 정당한 공무집행 수행 중인 경찰관을 향해 사기 재질의 변기 수조 뚜껑을 휘둘러 공무집행을 방해함과 동시에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혔다"며 "범행의 경위, 수단의 위험성에 비춰볼 때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책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저지른 것인 점,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감정 결과에 따르면 피고인이 노숙생활로 수면부족을 겪으면서 급성 및 일과성 정신병적 장애가 발현되었고 이 사건 범행 당시 일시적인 정신착란과 사고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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