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향년 79세로 별세했다. 지난 2019년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을 전한 이후 4년 만의 비보다.
◆ 영화 '청춘극장'으로 화려한 데뷔…문숙·남정임과 여배우 트로이카 형성
영화계에 따르면 윤정희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17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그는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딸 백진희 씨와 함께 프랑스에 거주해왔다.
[사진=KBS 뉴스 캡처] |
윤정희는 지난 1966년 1200대 1의 경쟁률이 신인배우 오디션에 합격, 화려하게 데뷔했으며 1967년 강대진 감독의 '청춘극장'을 비롯해 3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대종상, 백상 예술 대상, 청룡영화상 등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7차례나 수상했다.
뛰어난 미모와 스타성으로 문희, 故남정임과 함께 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당대 최고의 무비스타이자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영화 '강명화' '안개' '내시' '천하장사 임꺽정' '장군의 수염' '독 짓는 늙은이' 등 약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몬트리올 국제 영화제, 도빌 국제 영화제, 디나르 국제 영화제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 심사위원을 거치면서 한국 대표 여배우로도 인정받았다.
윤정희는 1973년 돌연 유학을 선언한 뒤 프랑스로 향한 뒤 1976년 파리에서 활동하던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예술학 석사를 받았다. 1994년 영화 '만무방' 이후 16년 간 연기활동을 중단했다가, 2010년 영화 '시'를 통해 스크린에 복귀했다. 2018년 알츠하이머 증상이 호전됐을 당시엔 영화평론가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 투병 중에도 영화 '시' 유작으로 남겨…친정과 딸 사이 후견인 소동도
윤정희를 기억하던 대중에게 그의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이 알려진 건 지난 2019년이다. 특히 2010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시' 촬영 당시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으로 대본 숙지에 힘들어했다는 일화도 전해지면서 세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만 66세였던 당시 작품에서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인물을 연기했으며 이 작품으로 로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재차 진가를 입증했다.
영화 '시' 스틸컷 [사진= (주)NEW] |
2021년 초에는 윤정희의 친정동생들과 백건우 부녀와 윤정희의 성년후견인 지위를 두고 갈등을 빚으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정희의 동생들은 백건우와 윤정희의 딸 백진희씨가 2년 전 갑자기 윤정희를 프랑스 파리로 데리고 갔으며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남편 백건우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배우 윤정희는 매일매일 평화롭게 자신의 꿈 속에서 살고 있다"면서 "윤정희의 삶을 힘들게 하는 이들은 윤정희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리고 치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형제자매다. 왜곡된 주장을 하는 그들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사건 윤곽이 보일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후 재판부는 윤정희의 딸 백진희 씨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했으나 동생 손 씨는 판결에 불복해 자신을 후견인으로 지정해달라며 항고했다. 하지만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딸의 손을 들어줬다. 백진희 씨는 프랑스 법원을 통해서도 2020년 11월 윤정희의 후견인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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