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뒤에 숨어 말잔치 벌이는 그, 두렵지 않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고은 시인의 성추문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이 최근 신간을 발표하며 문단에 복귀한 고은 시인에 대해 "권력은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며 "반성하지 않는 권력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13일 헤럴드경제에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 앞서 최 시인은 고은 시인이 사과 없이 문단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3일 후인 12일 페이스북에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는 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의 제목이 됐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고은 시인의 성추문을 폭로한 뒤 피소 당했던 최영미 시인이 8일 오후 항소심 승소 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11.08 adelante@newspim.com |
최 시인이 전한 글에서 이번 고은 시인의 문단 복귀에 대한 심경을 읽을 수 있다. 그는 "고은은 2018년 여름 나를 상대로 뻔뻔스럽게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에서 내가 모두 승소했다"면서 "원고 고은의 대법원 상고 포기로 나의 승소가 확정됐으나 2019년 겨울에 재판이 끝나기까지 나는 두 번의 가을을 보내며 고통의 시간을 살았다"고 회상했다.
최 시인은 '가족과 부인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는 고은의 발언에 대해 "충격과 참담함을 느낀다"며 "젊은 여성에게 치욕적인 추행을 해도 성관계를 맺지 않았으면 가족과 부인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성인식이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최 시인은 또 고은 시인이 재판 과정에서 재판정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고 당사자 시눈 신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 뒤에 숨더니 이제는 출판사 뒤에 숨어 현란한 말의 잔치를 벌이는 그가 나는 두렵지 않다"고 했다.
끝으로 최 시인은 "내가 경제적으로 가난해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고 원고 고은의 거지 같은 주장을 반박하려 세무서에 가서 지난 10년간 소득금액증명원을 떼며 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다시는 그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없을 줄 알았는데"라며 "권력은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권력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나는 지켜볼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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