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원고 승→2심 원고 패→대법,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수하인이 컨테이너에 적입된 상태로 터미널에 보관돼 있는 화물을 수령하지 않아 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경우, 그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은 제척기간(소송 제기 가능 기한) 도과를 따질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해상운송업을 영위하는 A회사가 운송주선업을 영위하는 B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앞서 B회사는 지난 2017년 1월과 2월 A회사에게 컨테이너 6대 분량의 화물을 각각 광양항과 인천신항에서 베트남 호치민항까지 운송해 줄 것을 의뢰했다.
첫번째 화물은 베트남 호치민항에 도착했으나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해가지 않아 그대로 컨테이너 터미널에 보관하게 됐다. 두번째 화물에 대해서는 B회사가 임의로 선적일을 계속 변경하면서 인천신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 보관하게 됐다.
A회사는 B회사의 업무 처리 지연으로 발생한 호치민항 컨테이너 터미널 보관료와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보관료와 컨테이너 초과사용료를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1심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운송계약과 관련해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4억1931만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에 관해 운송주선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상법 규정에 의하면 운송주선인은 자기 명의로 운송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직접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한다"며 "피고는 각 운송계약에 관한 모든 사항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운송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또한 피고의 요청에 따라 정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른 운임 및 비용과 화물의 수령을 지체함으로써 원고가 지출하게 된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천신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 보관된 화물에 대해서도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제1운송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됐다면 제1화물의 수하물 인도는 늦어도 1개월 이내에 이뤄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로부터 1년이 훨씬 지난 후 제기된 이 사건 소송 중 제1운송계약에 관한 청구부분은 제척기간이 도과돼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제2운송계약에 관한 부분에서는 일부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원고에게 700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원심판결에 제척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제척기간은 일반적으로 권리자로 하여금 자신의 권리를 신속하게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며 "제척기간은 적어도 권리가 발생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아직 발생하지 않은 권리에까지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여 권리가 소멸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즉, 수하인이 호치민항에 도착한 제1화물을 수령하지 않으면서 원고의 컨테이너에 적입된 상태로 계속 보관중이고 따라서 컨테이너 초과사용료와 터미널 보관료 상당의 손해는 날마다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 손해배상채권은 제척기간이 도과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하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책임은 운송인이 아니라 운송물의 내용을 알거나 알 수 있는 화주 또는 운송주선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그 책임을 엄격하게 물을 수 있음을 명확히 선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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