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공방에 전시·지원 특혜 논란속 '지지부진'...전주시 특단대책 절실
문체부 "전체공정 완결 정당성 미비·작가 작품완성 의지 부족"...국비 지원 중단
[전주=뉴스핌] 홍재희 기자 = 전북 전주시가 전주 한지수요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儀軌 班次圖) 재현' 사업이 작가와 단가협상 등의 이유로 91% 진척에서 멈춘뒤 9년 동안이나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전주시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재현된 의궤 반차도의 콘텐츠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작품일부를 개인공방에 전시, 전주한지를 알리겠다던 당초 취지와 달리 작가지원으로 비춰져 특혜논란까지 일고 있다.
[전주=뉴스핌] 홍재희 기자 = Y작가 공방에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한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 일부가 전시돼 있다. 2022.12.04 obliviate12@newspim.com |
4일 전주시는 정성왕후와 사별한 영조가 지난 1759년 15세 정순왕후를 계비로 맞이해 궁으로 가는 행렬을 50면에 걸쳐 그린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를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을 추진했다.
영조 정순왕후 가례 재현은 국비와 시비 등 10억원을 들여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712점 가운데 91%인 2490점이 완료됐다.
지난 2018년 사업의 경우 계획보다 30개월이 연장돼 마무리됐고, 국비 중단과 단가협의 결렬 등으로 35면 일부와 45~50면 등 227점이 아직까지 미완성된 상태이다.
◆제작단가 인상 요구에 전주시 "과한 요구"…사업은 '지지부진'
전주시는 지난 2014년 꽃숙이 공예공방촌 Y공예작가와 협상에 의한 계약을 체결해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 닥종이 재현을 연차별로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2018년에는 28~35면, 36~44면 등 691점이 완성됐어야 하지만 단가인상 요구 등에 따른 협의가 늦어져 지난해서야 겨우 마무리되는 등 사업이 늘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문체부는 '전체공정 완결의 정당성 미비 및 작가의 작품완성 의지 부족' 등의 이유로 지난 2018년 이후 국비지원을 중단했고 지금까지 지원예산은 지난 2014년, 2016년, 2018년에 각 2억원씩 총 6억원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Y작가는 나머지 9% 완성을 위해서 '닥인형 사람' 1점당 120만원을 요구해 말, 의장류 등을 포함한 전체금액은 2억7200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닥인형 사람 1점당 가격은 지난 2014년 39만4756원, 2015년 65만원, 2016년 39만7519원, 2017년 42만9170원, 2018년 1차 45만4444원과 2차 46만1260원이 책정됐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닥인형 사람은 1185점으로 총 1300점 중 115점이 남아 있다.
전주시는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 재현사업 예산지원 근거를 전북도 원가심사와 전주시 일상감사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난 2017년 전북도 원가심사에서는 전주시가 25~36면 닥종이 인형제작에 올린 2억533만9000원의 1.9%를 삭감해 2억146만3000원을 책정했다.
당시 전북도는 책임연구원을 비롯해 4명의 인건비와 경비를 심사했고 이중 전문성 부족 등의 이유로 책임연구원 인건비와 문구류 및 소모품 관련 경비를 삭감했다.
Y작가는 "혼자작업을 하면 인건비가 남지만 의궤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역사학과, 경호비서학과,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최소 2명에서 최대 30명까지 참여해 인건비를 지불해야 한다"며 "한지 등 재료 상승, 행정업무 미흡으로 반납한 작업비, 국비까지 가져와 작업한 상황 등을 볼 때 120만원이 결코 부당한 액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주시 관계자는 "한지가격 인상 등으로 단가 상승을 요구했을 때 한지를 조달해 제공하겠다고 제시까지 했다"며 "의궤 작업은 완성된 물품으로 납품하도록 돼 있어 작품 참여인원 등 그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예산부족으로 비용을 더 지불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주=뉴스핌] 홍재희 기자 = 닥종이 인형 영조 정순왕후 가례 재현 일부. 2022.12.04 obliviate12@newspim.com |
◆저작·소유권 전주시가 갖고 있는데도 작품은 개인공방에 전시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 일부는 Y작가가 운영하는 공방에, 나머지는 한국전통문화전당이 가지고 있어 한곳에 모아 콘텐츠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주시와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소유권은 물론 사업 추진과정에서 제작 또는 생성된 모든 저작물의 저작권(전송권 및 출판권 등 2차 저작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전주시는 영조정순왕후 가례도감 의궤 50면 중 12면까지 재현한 사람361점, 말45점, 의장류 500점 등 총 906점을 Y작가의 공방에 상설 전시해 작가의 대표작품으로 홍보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당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재현된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 중 일부만 전시돼 있어 많은 예산을 투입해 놓고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Y작가는 "공방에 전시한 이유는 문체부에 사업결과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며 "작품을 전시할 곳이 없어서 여기에 전시해 놓고 작가를 배제하고 작품을 가져가는 것은 윤리적으로 안 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Y작가는 공방 사용료 면제, 공동저작권요구, 상설전시장, 교육공간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작품전시 등에도 사전협의나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노력은 알지만 공동저작권 인정 시 국내외 전시 등 작품 활용에 제약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공간을 마련해 지금까지 만들어진 닥종이 인형을 전시할 계획이다"며 전주한지 홍보에 집중하기 위한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찾겠다"고 부연했다.
◆꼭 완성이 필요한가...문체부 부정적 의견
문체부는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의 50면 전체공정 완결의 정당성 미비 등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지의 특성상 변색과 보관상 문제로 지속적인 보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Y작가 공방에서 제작하다보니 지역 공예작가들은 불만을 제기 '특혜시비'까지 일고 있다.
닥종이 공예작가들은 "예산범위 내 사업이 가능하다"며 참여의사를 밝히고 "마무리 공정이라도 여러 작가가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미술인 H씨는 "의궤 반차도는 작가의 창작이 아닌 기존에 있던 것을 입체로 재현한 것으로 작품은 창작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렇게 많은 작업을 할 것이라면 모형 떠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평론가 K씨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나혜석의 미완성 작품들도 충분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며 "의궤 반차도는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동안에도 한지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한옥마을 내 닥종이 관련 공방 등에서는 예산범위 내 사업 참여 요청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며 "올해가 가기 전 추진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주=뉴스핌] 홍재희 기자 = 전시된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 2022.12.04 obliviate12@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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