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난 지 엿새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행방은 묘연하다. 전문가들은 김 전 회장이 이미 밀항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16일 관련기관 등에 따르면 해양경찰청은 지난 11일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이후 전국 항만과 포구를 대상으로 검문을 비롯한 순찰·검색을 강화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서울남부지검] |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금력과 도주 경험 등이 있는 김 전 회장이 이미 밀항에 성공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9년 김 전 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잠적했다가 5개월 만에 검거된 바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함께 도주했다가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 같이 붙잡혔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미 도주 전력이 있고, 어떻게 도망쳐야 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며 "사전에 밀항을 준비했다면 밀항 조직을 통해 한국을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김 전 회장은 과거 밀항을 알아보면서 대충 얼마가 든다는 것도 알 것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금력도 있다"며 "기존에 알려진 중국 밀항뿐 아니라 유럽이나 남미 쪽으로 도망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김 전 회장의 밀황 정황을 포착하고도 도주를 막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배 교수는 "일차적인 책임은 영장들을 기각한 법원에 있다"면서도 "수사기관도 김 전 회장의 뒤를 봐주는 이들을 더 깊이 수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결과론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다중피해 사건에 대해 보석을 다소 쉽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검사가 적극적으로 요청했는데도 영장 기각을 세 번이나 한 것은 납득이 안 간다"며 "특히 김 전 회장이 대포폰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신분을 위장하거나 도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통신영장마저 기각한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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