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애도기간이 끝났다. 참사 그 후는 정치의 몫이다. 온 나라가 함께 슬퍼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국회는 본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민생을 살펴야 하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품어야 한다.
국회는 그렇지 못했다. 지난 5일 애도기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야는 저마다의 '포스트 추모 정국'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앞세워 '윤석열 정권퇴진'의 칼날을 빼들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특검 요구를 거부하며 버티기에 들어섰다.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2022.11.14 seo00@newspim.com |
모 매체에 의해 유가족 희생자 명단이 공개됐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연일 희생자 이름과 영정을 공개하자고 군불을 지펴온 바. 이번 명단 공개로 여야 공방이 격화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게다가 민주당은 범국민서명운동 카드를 꺼내들며 장외투쟁 전면전에 돌입한 상황. 이 대표는 "지금 즉시 국정조사를 할 수 있도록 국민에게 직접 요청하고 국민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서명운동에 나서겠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모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장에서 '토끼머리띠'니 '각시탈'이니 항간의 의혹을 내뱉으며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기도 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잘못된 추측과 미확인 정보가 난무하는 것은 물론, 여론몰이로 무고한 사람이 경찰 조사를 받거나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참으로 무책임한 언행이 아닐 수 없다.
국회가 정치의 몫을 다하지 못했다.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선 참사냐 사고냐, 희생자냐 사망자냐 언쟁이 오갔을 뿐, 추후 대책을 위한 깊이 있는 질의는 실종됐다. 여야 모두 재발방지를 외치며 TF팀을 내세웠지만 그렇다 할 법안이나 구체적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참사 그 후. 정치가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 아픔은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 세월호의 트라우마가 채 지워지지도 않은 오늘날. 정치가 정쟁의 언어로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을 동안 사회는 분열했고, 추모는 지워졌다.
늦지 않았다. 세월호의 그림자가 이 사회를 조금 더 성숙하게 했듯 이태원참사에서 우리가 놓쳐왔던 순간들을 점검하고 반성해야 한다.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여야 힘겨루기로 변질돼선 안 된다. 민주주의의 산물인 서명운동과 촛불집회가 정치의 언어로 대변돼서도 안 된다.
그래야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품을 수 있으며 건강하고 진실 된 추모가 이어질 수 있다. 참사 그 후, 이제는 정치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제 역할을 다 해주기를 국민 한 사람으로서 진정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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