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익 1037억…로켓배송 시작 후 첫 분기 흑자
물류 기술 고도화 통한 '규모의 경제' 비결
남은 과제는 '점유율 30%' 고지 달성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곧 망할 것'이라고 괄시 받던 쿠팡이 일을 냈다. 2014년 로켓배송 도입 후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동종 업계 경쟁사에서조차 직매입 기반인데다 직접 물류투자를 진행한 쿠팡의 흑자전환은 인정받을만 하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네이버쇼핑 거래액을 따라잡은 것으로 추산되는 쿠팡이 덩치와 수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채 이커머스 업계 1강 굳히기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2021.03.12 pangbin@newspim.com |
10일(한국시간)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올 3분기 1037억원(7742만 달러·환율 1340.5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쿠팡의 영업손실은 2억743만 달러에 달했다. 단 1년 만에 쿠팡은 영업실적을 2억 달러가량 개선한 것이다. 쿠팡은 2014년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도입한 뒤로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 3월 상장한 뒤에도 분기마다 2500~5000억원대 손실을 냈다.
'직접 사서, 직접 배송'하는 쿠팡의 사업구조상 적자는 필연적이었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재고자산이 발생하면 이는 곧 그대로 손실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로켓배송만큼 편한 게 없지만 다른 사업자들이 선뜻 직매입·직접 배송을 나서지 못한 것도 이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커머스 업계에서 흑자를 내던 곳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해주는 오픈마켓 기반인 지마켓(옛 이베이코리아)뿐이었다. 지마켓 역시 오픈마켓 수수료만으론 수익을 내기 어려워 광고 사업을 키우며 흑자를 유지해왔지만,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뒤 올해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쿠팡이 어떻게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는지는 내년 3월 감사보고서가 공개돼야 자세히 알 수 있지만, 우선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이번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꼽은 비결은 '규모의 경제'다.
김 의장은 "최근의 수익성 개선은 자동화를 포함, 기술, 인프라, 공급망 최적화, 프로세스 혁신에 투자한 결과"라며 "예를 들어 프레시(신선식품) 부문은 다수의 지역에 걸쳐 상품군을 확대하게 되면 일반적으로는 재고 손실이 늘어나지만 수요 예측 머신 러닝을 활용해 재고 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50%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쿠팡의 남은 목표는 벤치마킹한 미국 아마존처럼 이커머스 시장에서 '1강 굳히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쿠팡이 거래액 규모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점유율 파악은 어렵지만,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선 쿠팡과 네이버가 20% 안팎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작년 쿠팡이 네이버의 거래액을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의 고지는 '점유율 30%'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성장기를 끝내고 성숙기에 접어든 업태를 보면 점유율 30% 안팎의 '빅3'가 경쟁을 이어가는 구도다. 아직까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선 손해를 감수하는 '치킨게임'이 이뤄지고 있지만 '빅3'의 승자독식 구도가 되면 지배 사업자는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아마존도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을 때부터 유료 멤버십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쿠팡도 지난해 처음으로 멤버십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수익성 개선에 불을 지폈다.
쿠팡은 성장세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의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시작됐음에도 쿠팡은 회복력 있는 성장을 지속했다"며 "환율 중립 기준 매출(6조8383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7%라는 견조한 성장을 기록했고, 커머스의 활성 고객은 통합 사업의 활성 고객보다 빠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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