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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사진거장 랄프 깁슨 미술관, 해운대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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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현대사진 맥락 잇는 깁슨 작품 1000점 소장
무의식 세계 탐구한 '블랙 3부작'으로 개관전 꾸며
고은문화재단, 개관에 맞춰 랄프 깁슨 사진집 출판

[부산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미국의 초현실주의 사진가 랄프 깁슨(Ralph Gibson,83)의 미술관이 부산에 생겼다. 랄프 깁슨은 일상 현실에서 초현실적 세계를 포착한 사진으로 20세기 현대사진사의 한 획을 그은 거장이다. '초현실주의 사진의 선구자','빛의 사진가'로 불리는 그는 강렬한 흑백 대비와 기하학적 구도의 사진으로 유명하다. 랄프 깁슨의 작품은 전세계 180여개 미술관에 소장돼 있고, 수백 회의 개인전을 통해 널리 소개됐다. 그런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미국도, 유럽도 아닌 부산 해운대에 세계 최초로 건립돼 주목되고 있다.

[서울 뉴스핌] 이영란 기자=랄프 깁슨 사진미술관 개관전에 출품된 랄프 깁슨의 '몽유병자' .ⓒRalph Gibson, The Somnambulist, Gelatin Silver Print, 1970. art29@newspim.com

지난 10월1일 해운대구 중동에 지하 1층, 지상 2층 122평 규모로 문을 연  '랄프 깁슨 사진 미술관'은 고은사진미술관을 운영하는 고은문화재단(이사장 김형수)이 BMW동성모터스의 후원 아래 건립했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지난 2014년 랄프 깁슨의 대표작을 아우르는 회고전을 개최해 사진애호가와 전문가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회고전을 계기로 시작된 재단과 랄프 깁슨의 인연은 '프랑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욱 특별해졌다. 20여년간 프랑스 명예영사로 프랑스와 각별한 관계를 이어온 김형수 이사장은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

그런데 랄프 깁슨 또한 1971년부터 반세기 가까이 프랑스 전역을 누비며 작업한 공로로 같은 훈장을 수훈했다. 프랑스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맺어진 두사람의 인연은 이후 돈독해졌고, 마침내 작가를 기리는 사진미술관 설립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 개관에 맞춰 내한한 랄프 깁슨은 "미국과 유럽의  많은 뮤지엄에 나의 사진이 소장돼 있고, 전시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별반 그렇지 못했다. 김 이사장에게 이런 아쉬움을 토로하다가 한국에서 내 작품과 내 비전을 담는 미술관을 만들면 좋겠다는 교감이 생겼다. 그리고 3년 만에 미술관이 만들어졌다"며 "이 미술관에 전시되는 내 작품들이 아시아와의 시각적 가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초현실주의 거장 랄프 깁슨의 대표작인 '몽유병자'. ⓒRalph Gibson, The Somnambulist, Gelatin Silver Print, 1970 [사진=고은사진미술관] 2022.10.20 art29@newspim.com

미술관 건립을 위해 작가는 초기 대표작부터 최신작까지 전(全)시기 작품 약 1000점을 기증했다. 이에 재단측은 일부 작품은 매입했고, 사진과 함께 음악 문학 영상 등 문화예술 전 영역에서 활동해온 랄프 깁슨의 다양한 작업물과 자료, 작가가 직접 쓰던 카메라와 렌즈, 악기 등을 넘겨받아 영구 소장하게 됐다.

김형수 이사장은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은 고은문화재단과 랄프 깁슨이 다양한 교류를 통해 공유해온 사진과 문화에 대한 철학과 가치를 함께 나누는 출발점"이라며 "새 미술관은 지난 2007년 개관한 고은사진미술관에 이어 재단이 선보이는 또 하나의 문화구심점으로, 지역예술 발전과 한국 사진예술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은 개관 첫 전시로 '블랙 3부작(The Black Trilogy)'을 마련했다. 블랙 3부작은 작가의 사진적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초기 대표작으로, 랄프 깁슨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흑백사진 시리즈다. 1970년에서 1974년 사이에 출판된 '몽유병자' '데자뷰' '바다에서의 날들'에 수록된 이 연작은 블랙과 화이트의 강렬하면서도 신비로운 톤과 절묘한 리듬이 초현실주의 사진사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을 받았다. 미술관측은 3개층 전관에 120점의 작품을 내걸었다.

블랙 3부작 중 '몽유병자' 시리즈를 전시한 지하1층에서 가장 먼저 관객를 맞는 것은 열린 문 틈 사이로 드러난 '손'을 찍은 작품이다. 1970년의 '몽유병자' 연작 가운데 랄프 깁슨의 아이코닉한 사진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복도와 벽, 문 등 지극히 평범한 공간을 담은 것이지만 방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강렬한 빛과 그로 인한 그림자가 대비되며 숨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꿈과 현실, 흑과 백이 교차하며 보는 이를 몽환적인 세계로 이끈 사진이다. "나는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함축성을 지닌 사진, 즉 무언가를 유발시키는 사진을 찍는데 관심이 있다"고 설파한 작가의 의도를 곱씹어보게 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랄프 깁슨의 '블랙 3부작' 중 '바다에서의 날들'. ⓒRalph Gibson, Days at sea, Gelatin Silver Print, 1974. art29@newspim.com

1층에는 '바다에서의 날들' 연작이 내걸렸다. 여성에 대한 무한한 경배를 보는 듯한 아름답고도 관능적인 누드, 과감한 트리밍과 병치, 생략을 통해 현실에서 초현실의 세계를 포착해낸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다. 2층 전시실의 '데자뷰' 연작 또한 무의식의 세계를 특유의 기법으로 탐구한 작품이다. 미묘한 어긋남과 교차, 틈 같은 일상 속 작은 실마리들을 절묘하게 잡아내 초현실의 세계를 드러낸 작품은 작가의 뛰어난 직관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블랙 3부작으로 랄프 깁슨은 30대에 이미 독보적 스타일을 구축하며,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현실을 찍되, 단순한 현실 재현에서 탈피해 꿈과 욕망 등 무의식의 세계를 매혹적으로 표현하며 세계 사진 흐름의 한 축을 활짝 열어젖혔다. 

고은사진미술관의 이재구 관장(경성대학교 사진학과 교수)은 "랄프 깁슨 특유의 사진 배열방식과 이야기 전개방식을 볼 수 있는 '블랙 3부작'은 작가가 해군 복무시절 접한 T.S.엘리엇의 시집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며 "앞으로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은 거장의 초기 작품을 필두로 최신 작품까지 다양한 세계를 차근차근 선보이고, 고은사진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젊은 사진가들이 거장과 함께 사진을 토로하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랄프 깁슨의 '블랙 3부작' 중 '바다에서의 날들'. ⓒRalph Gibson, Days at sea, Gelatin Silver Print, 1974. art29@newspim.com

랄프 깁슨은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에서 태어났다. 부친이 히치콕의 조감독이었이던 인연으로 유년시절 영화 촬영장을 자주 방문했고, 카메라 렌즈의 힘과 빛의 강렬함에 매료됐다. 미 해군에서 처음 사진을 배운 그는 샌프란시스코예술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사진가 도로시아 랭의 어시스턴트로 사진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미국 현대사진의 거장 로버트 프랭크와 두 편의 영화를 찍기도 했다.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랄프 깁슨은 책과 출판에 어느 작가보다 매달렸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사진은 회화나 조각 등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는데 그는 '출판을 통해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사진집 출간에 힘을 쏟았다. 1970년 첫 사진집 '몽유병자(The Somnambulist)'의 출간 이래 그의 작품은 무려 40여권의 사진집으로 출판됐다. 또 러스트룸(Lustrum)이라는 출판사를 운영하며 동료 작가들의 사진집도 열정적으로 펴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랄프 깁슨의 '블랙 3부작' 중 '데자뷰'. ⓒRalph Gibson, Deja-Vu, Gelatin Silver Print, 1972. art29@newspim.com

랄프 깁슨은 또 전시에 머물지 않고 20여개국에서 강연과 워크숍을 개최했다. 2019년에는 '국제 사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고, 2021년에는 '라이카 명예의 전당'에 헌액돼 독일 베츨러 라이카카메라 본사에 위치한 라이츠 파크 뮤지엄(Ernst Leitz Museum)에서 전시하는 영예도 안았다. 

한편 해운대구 우동의 고은사진미술관에서도 또다른 개관기념전 'Salon Litteraire'가 막을 올렸다. 1971년부터 지난해까지 50여 년간 랄프 깁슨에게 많은 영향을 준 프랑스의 문학과 문화, 철학 등의 영감을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들이 내걸렸다. 두 개의 사진이 서로 대응하는 딥틱(한 페이지에 두개의 사진을 나란히 배열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는 서로 스파크를 일으키거나 전이되며 또다른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블랙 3부작'이 랄프 깁슨 흑백사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면, 'Salon Litteraire'는 예술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문화를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 개관전은 내년 3월 31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 기념전은 오는 12월 31일까지 열린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Ralph Gibson, Salon Littéraire, Archival Pigment Print, 1971.[사진=고은사진미술관] 2022.10.20 art29@newspim.com

한편 고은문화재단은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 개관을 기념해 사진집 'Salon Littéraire 1971-2022'를 펴냈다. 전시에 포함되지 않은 작품까지 수록한 이 사진집은 랄프 깁슨 특유의 감각적인 편집이 돋보이는 총 408페이지의 이미지들로 구성돼 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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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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