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 정보 기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의 딸이 차량 폭발로 숨진지 불과 이틀 만인 22일에 특정 우크라 비밀요원을 범인으로 지목한 것과 관련해 서방은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러시아 연방 보안국(FSB)은 이날 "사건을 해결했다"며 다리야 두기나 차량 폭발 사건의 범인은 우크라 아조우부대의 여성 비밀요원 나탈랴 보우크라고 밝혔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마련된 다리야 두기나의 추모 공간. 2022.08.22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당국이 보우크라며 '증거 영상'까지 제시한 것에 대해 "그동안 여론의 주목을 받은 수많은 반(反)푸틴 인사들의 살인 사건은 제때 수사에 실패했으면서 이번 사건 만큼은 전광석화로 해결했고 수사 과정에 대한 정보도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FSB에 따르면 보우크는 12세 딸과 함께 러시아에 정착하러 온 우크라 난민 혹은 점령지 주민인척 해 입국에 성공했고 미니 쿠퍼 차량 번호판을 수시로 바꾸면서 지내다가 성공적으로 두기나가 탑승할 차량에 폭발물을 설치한 뒤 신속히 어린 딸과 함께 에스토니아로 도피했다.
가디언은 "보우크가 12세 딸을 데리고 다니면서 그간 한 번도 러시아 보안 요원들에 들키지 않은 것도 믿기 어려운 사실인데 그가 에스토니아로 도피한 뒤에야 보안 요원이 그를 특정하고 폭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FSB의 주장은 극도로 미심쩍다"고 진단했다.
앞서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21일, 우크라에 망명한 일리야 포노마레프 전 러시아 의원은 이전에는 알려진 적 없는 신생 러시아 무장단체 '민족공화국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족공화국군은 푸틴 타도와 새로운 러시아 건설을 목표로한 무장단체로 알려졌는데 포노마레프 전 의원이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 신빙성을 잃었다.
가디언은 우크라 정부가 이번 사건을 '가짜 깃발'(false flag) 작전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자작극을 꾸며 우크라에 대공세를 가할 핑계거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번 사건의 배후가 우크라 정부로 드러날 시 "국가 테러"로 간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오는 24일 우크라 독립기념일에 대대적인 공격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끝으로 가디언은 "FSB의 말대로라면 보우크는 수도 모스크바 인근에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살인을 저질렀는데 한 번을 들키지 않고 어린 딸과 함께 유유히 러시아를 떠났다. 이게 사실이라면 FSB의 직무 실패이고 가짜라면 참으로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이상한 자작극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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