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나 침체 관련 불확실성 여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상대로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하자 뉴욕증시가 강력한 안도 랠리를 연출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금리 가이던스 대신 지표에 따른 공격적인 긴축 지속 또는 금리 속도 조절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 합격점을 주는 모습이다.
다만 이들은 파월의 발언에서 피봇(기조전환)에만 포커스를 맞춘 시장이 다소 성급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아직은 경계를 풀 때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2.07.28 kwonjiun@newspim.com |
◆ 예견된 '자이언트 스텝'에 美증시 랠리
27일(현지시각) 연준은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25~2.50%로 75bp(1bp=0.01%p) 올린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과 5월 각각 25bp, 50bp 인상에 이어 지난달과 이달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75bp)으로 올해 연준은 금리를 총 225bp 올린 상태다.
뒤이은 기자 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이처럼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비교적 질서 있게 움직이고 있으며, 변동성이 있어도 예상 범위 내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미국 경제에 대해 둔화 신호는 있으나 침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9월 회의에서도 금리가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으며 향후 데이터에 달렸다"면서 "올해 안에 적당히 제한적인 수준을 유지하며 3.00~3.50%를 도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시장은 향후 금리 인상 폭에 대한 분명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은 파월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50%로 오를 수 있다는 대목을 금리 인하로의 기조 전환을 뜻하는 피봇(pivot)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1~2%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무려 4% 넘게 뛰었다.
미국 채권 가격은 랠리를 보였고, 수익률은 하락했다. 내년 중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2년물의 경우 수익률이 3% 밑으로 내려왔다.
B.라일리 자산운용 아트 호건 수석 시장전략가는 "시장은 금리 인상 폭이 예상에 부합했다는 점에 가장 크게 안도했고, 파월과 연준이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 어느 시점에는 금리 인상 속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언급한 점 등을 좋게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전문가들, '피봇' 해석 경계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봇 전망과 이를 반영한 시장이 다소 성급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됐다. 그러면서 앞으로 상당한 시장 변동성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CNN은 이날 시장은 연준 회의 결과에 환호했지만 앞으로 파티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면서 펀치볼을 치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월가에서는 낙관론보다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통상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펀치볼을 치운다'고 표현한다.
파이퍼샌들러 글로벌 자산배분 대표 벤슨 더햄은 이날 파월 발언이 "통화완화 기조로 전환하겠다는 피봇을 뜻한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네트웨스트 마켓츠 애널리스트들 역시 "시장은 연준이 결국은 긴축 속도를 줄일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연준 위원들의 연말 금리 전망치는 (시장 예상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네상스 매크로리서치 미국 경제리서치 대표 닐 두타는 "시장이 일단 오른 다음 질문은 나중에 하는 형국"이라면서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가 가능해지는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이 협조적인 상황을 연출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파월은 (인플레 파이팅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말을 거듭하지만 완만한 수준의 침체로는 부족하고 아마 심각한 침체가 와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테이트스트릿 선임 글로벌마켓 전략가 마빈 로 역시 연준이 현시점에서 완화 쪽으로 피봇을 할 여건이 안 된다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나 고용 지표가 여전히 너무 뜨거운 상태라고 강조했다.
피치레이팅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콜튼도 근원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지표가 여전히 긴축 기조 장기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면서 "연준이 내년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장 기대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 수석 글로벌 전략가 시마 샤는 시장 반응이 다소 근시안적이었다면서, 파월 의장이 75bp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침체를 완전히 피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식 시장은 앞으로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며, 기업 실적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 파월 소통은 '합격점'
한편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캐피탈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파월이 (다음 금리 인상 폭이 클 수 있다는) 채찍으로 회견을 시작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근본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다음 회견이 진행되면서 파월이 좀 더 도비쉬(통화완화 선호)한 스탠스를 시사했고 시장에 확신을 심어주는 듯한 말들을 했는데, 그러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건드라크는 "경착륙은 피할 수 있다"면서 "아마도 완만한 수준의 침체와 뒤이은 CPI의 꾸준한 하락 흐름이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크레셋 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CIO) 잭 에이블린은 "파월이 너무 적은 얘길 해도 시장 심리가 저해되고 너무 많은 얘길 해도 경제 신뢰도에 흠이 갔을 텐데 오늘은 (파월이) 여러 전망들에 대해 균형 잡힌 의견을 제대로 전달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