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만의 시대정신 없어, 새로운 가치 만들어야"
"이재명 패배 책임론? 文정부 심판론이 더 컸다"
"7인회, 과거 정치의 단면을 나타내는 용어"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지난 대통령 선거·지방선거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이른바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 바람이 불어 닥쳤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권을 주도해 온 86세대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당의 혁신이 시작된다는 주장에서다.
하지만 최근들어 '포스트 86'만의 시대정신이나 철학이 부재하다는 일부 비판이 뒤따르면서 '97(90년대 학번, 70년대생)그룹'을 향한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뉴스핌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1965년생' 김병욱 민주당 의원을 만나 '97 그룹'에 대한 평가와 다가오는 8·28 전당대회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7.21 kimkim@newspim.com |
◆ "97그룹, '젊다'말고 새로운 시대정신 만들어야"
"숫자만 바뀌었을 뿐, '97'이 갖고 있는 시대정신에 대한 공감이 보이지 않는다"
김 의원은 당내 '97 그룹'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586 세대와는 다른 구체적인 시대정신과 철학, 정책의 차별성이 뚜렷하게 부각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당대표 출사표를 던진 97그룹을 향해 "도전하는 건 좋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렇지만 '반이재명' 기류 말고 그 세대만이 갖고 있는 상징성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97그룹이) 정치 주류보다 10년 이상 젊다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선배들과 다른 새로운 가치를 담고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런 것이 각인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미래를 이어갈 '포스트 86' 세대의 시대적 과제를 묻는 기자 질문에 김 의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치는 불평등"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진보 정권이 들어섰을 때도 불평등은 좁혀지지 않았다. 숫자는 더 벌어졌고 절대적 극빈층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5천불 시대가 왔지만 지금도 극빈층은 줄어들고 있지 않다. 우리가 과연 진보 정권이라고 자임할 수 있겠느냐"고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능력'과 '실용'을 꼽았다. 김 의원이 지적한 불평등 사회 문제 등을 현실적으로 해결해가기 위해선 이와 같은 역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진보 아젠다'를 재점검 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전의 민주당이 만들어온 진보적 철학과 의제들이 지금의 민주당 내부에서도 유효한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우리가 이제까지 가져온 진보적 아젠다가, 막상 현실에선 어떻게 반영이 되고 있는지. 혹시 우리 목표는 진보적일지라도 실제 현장에선 우리 생각한 방향과 다른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보적 아젠다를 이야기하며 최저임금, 주52시간제, 부동산 정책 등 뼈아픈 사례들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만큼 민주당이 반성과 쇄신의 길로 걸어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물론 어렵겠지만, 산을 넘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불평등 해소, 우리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사회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후반기 국회에선 머리를 맞대겠다"고 다짐해 보였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뉴스핌과 인터뷰 도중 미소를 보이고 있다. 2022.07.21 kimkim@newspim.com |
◆ "7인회는 언론이 붙인 네이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소위 말하는 '7인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7인회'로 불리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7인회'로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 질문에 "과거 정치의 한 단면을 나타내는 용어"라고 지적했다. 계파 전선을 심화할 수 있는 용어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다만, 김 의원은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놓고 거세지는 '책임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가 선거에서 진 가장 큰 이유는 이재명이라기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큰 흐름을 놓고 보면 문 전 대통령의 긍정 평가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 연장보단 정권 교체 여론이 10~15% 가량 높았다"고 대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워낙 어려운 분위기에서 선거를 치른 것 또한 분명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0.73%p라는 역대 최소 표 차이는 김 의원의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 했다. 그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단어를 누가 먼저 만들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이재명은 상당히 선전했다. 지방선거도 대선 이후 바로 치른 선거라 어렵다는 건 중론이었다"고 부연했다.
최근 출마 자격 문제로 시끄러웠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김 의원은 "대선 선거운동 당시, 박 전 위원장이 여성의 날을 기념해 지원 유세를 왔었다. 그때 처음 봤다"고 그와의 만남을 회상했다.
김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필요성에 대해선 민주당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시각, 청년의 시각으로 비대위를 끌어줬다고 생각한다. 박 전 위원장이 당시 내놨던 5대 혁신안도 민주당이 새겨들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치켜세웠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의 최근 정치 행보에 대해선 물음표를 남겼다. 그는 "지금 행보는 과거의 진정 어린 메시지라기 보다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염두에 둔 메시지인 것 같아서 초기 박 전 위원장이 보여준 진정성이 많이 퇴색된 측면이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의 역할에 대해선 "당 대표라는 건 당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건데 나이가 어려서가 아니라 그만큼의 정치적 경험이나 연륜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나이에 맞는, 현재 본인이 가져가야 할 정치적 포지션(위치)가 있을 거다. 좀 더 정치적 경험을 거치고 훈련된다면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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