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여성 직원 추행 혐의…1심서 실형
"잘못 인정하고 반성, 피해자 합의 등 고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술에 취한 동료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전 서울 금천구청 공무원들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돼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11-3부(김대현 송혜정 황의동 고법판사)는 1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B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이들에게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20~200시간 사회봉사, 특별준수사항으로 피해자의 동의 없이 먼저 연락하거나 접촉 의사를 보이지 말 것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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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공무원인 두 피고인은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이 술에 만취하자 합동 또는 단독으로 장시간 추행했다"며 "피고인들의 직업이나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대담성, 추행의 정도로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고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이 계획적으로 이 사건을 저지른 정황은 보이지 않는 점, 당초 범행을 부인했으나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추행 모습을 확인한 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행위를 보인 점,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한 후 합의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상사 C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피해자에 대한 일부 폭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C씨는 술에 취한 부하 직원을 깨우기 위해 발차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발차기로 술에서 깰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위험성을 볼 때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A씨와 B씨는 지난해 5월 17일 밤부터 다음날인 18일 새벽까지 술에 취한 동료 여성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 C씨는 이들의 범행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동석을 제안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영업제한 시간인 밤 10시가 되자 주민센터로 이동해 양주를 마시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금천구청은 이들 세 사람을 직위해제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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