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LCC 시너지 문제 있을 것…2등 항공사 기대"
"괌 등 코로나 전 운항노선 우선 복원…몽골 7월 초"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출범할 통합 저비용항공사(LCC)가 제주항공보다 규모가 훨씬 규모가 커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경쟁당국이 일본, 중국 등 제주항공이 주로 운항하는 노선에 대해서는 경쟁 제한성이 높다고 판단하지 않았지만 상대국에서는 추가 운수권 반납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7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탄생할 거대 항공사는 경제력 집중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7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
김 대표는 "국내선만 봐도 5개사 통합에 따른 시장 집중도가 제주 노선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 이용할 권리) 기준 65%에 달하는 만큼 재배분 해야 한다"며 "(코로나 전 기준) 3사 점유율을 합친 규모가 그대로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우리나라 경쟁당국과 달리 일본, 중국에서 통합 항공사가 점유율을 추가로 낮출 수 있지 않겠냐고 김 대표는 기대했다. 그는 "우리나라 공정위는 일본, 중국 노선에 대해 경쟁 제한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상대국에서는 우리보다 더 세게 볼 수 있는 만큼 저희한테 재배분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해당국이 조건부 승인 절차를 밟는지는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합병 승인을 하며 독과점 노선을 반납하라는 구조적 시정조치 결정을 내렸다. 북미,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는 11개 노선에 대해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본 반면 일본, 중국의 경쟁 제한성은 각각 5개, 1개 노선에 그쳤다. 제주항공의 핵심 노선은 상대적으로 경쟁 제한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주항공이 통합 LCC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LCC가 통합하더라도 에어버스와 보잉 기종이 달라 시너지가 날지는 의문이고 인력, 시스템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통합 LCC가 우위 사업자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고 제주항공은 단일기종을 중심으로 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파고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항공시장 회복에 대해서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정상화 국면에 돌입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 "아시아는 시장 회복 속도가 느리다는 게 글로벌 항공업계의 시각이지만 전 세계가 문을 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중국은 적어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늘길을 열 수 없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전까지 회복한다고까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정상화에는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이전에 운항했던 노선을 우선적으로 회복하는 데 힘을 싣는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괌의 경우 코로나 이전 성수기에 하루 13번도 운항했다고 하는데 지금 운항 횟수는 그때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며 "기존 노선을 정상화하는 과정도 아직 갈길이 멀고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도 빨리 문을 열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화물사업에 대해서는 "장·단거리 시장은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직접 경쟁한다고 볼 수 는 없다"며 "최근에 반납한 항공기를 화물기로 전환한 기종을 9일 우리가 다시 들여오는데, 화물기 또한 제주항공의 단일기종인 787-9를 활용하기 때문에 운항승무원, 정비 등을 공유해 효율성이 높고 리스크는 매우 적다"고 언급했다. 2025년 개항을 앞둔 울릉공항에 띄울 소형기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소형 사업자가 지속 가능성을 가지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인데 제주항공에 요청하면 핵심 경쟁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직원들은 장거리 언제 가는지 묻고 로망을 품고 있는 것 같은 데 LCC가 장거리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있나"고 반문하며 "우리 시장이 장거리 가능성을 담보하는지는 아직까지 아니라는 판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항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제2의 항공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