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벌금형→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표현 과장됐으나 주요 부분은 사실과 합치"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회사 대표의 회식 갑질 행위를 폭로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기소된 전 직원에게 대법원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씨는 인터넷 영상 제작업체 셀레브에서 근무하다 퇴직 후 11개월이 지난 2018년 4월 페이스북에 당시 대표이던 B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려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 '어떤 날은 단체로 룸살롱에 몰려가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해 옆에 앉아야 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다른 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음주 강요와 여성 직원들에게 유흥접객원을 선택해 동석하게 했다는 A씨의 글이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또 A씨가 문제 삼은 장소도 '룸살롱'이 아닌 '가라오케'였다고 했다.
2심은 룸살롱 부분에 대해 "피해자 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상 그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을 수는 있어도 대체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룸살롱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가라오케 주점 내 밀폐된 방에서 회식이 진행된 적이 있었던 점, 여러 명의 여성 접대부가 방에 들어왔다가 한명만 선택돼 여성 직원이 있는 회식 자리에 함께 있었던 점이 인정된다"며 "피해자의 처사는 사전에 그러한 상황을 만드는데 동의하지 않은 여성 직원에 대해 상당히 부적절한 태도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음주 강요 부분은 "피고인 본인이 참석하지 않은 회식의 분위기, 상황 등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게시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 벌금 100만원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글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이 사건 게시글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시도록 강권했다'는 것으로 일부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엿볼 수 있는 회식 자리에서의 음주 방식을 감안하면 게시글의 주요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셔야 했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으나 이는 회사 대표인 피해자가 주도하는 술자리에 참석한 근로자의 입장에서 음주의 양과 속도를 조절하기 어려웠던 상황과 당시 느꼈던 압박감에 대한 다소 과장된 표현이나 묘사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인이 글을 게시한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당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던 소위 '직장 갑질'이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에도 존재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은 "원심 판단에는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한 '거짓의 사실',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