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시정연설 통해 "국제규범 형성 주도 위한 것" 강조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이번 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급망 안정화 방안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와 탄소 중립 등 다양한 경제 안보에 관련된 사안이 포함될 것"이라며 "정부가 주요국과 경제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국제 규범 형성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시정 연설을 하고 있다. 2022.05.16 kilroy023@newspim.com |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당면한 상황과 앞으로 새 정부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의원 여러분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며 구체적인 사례로 ▲탈냉전 이후 국제 정치·경제 질서 급변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정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을 제시했다.
오는 21일 역대 정부 출범 후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IPEF 참여가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은 많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이를 의제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IPEF는 사실상 중국 견제가 목적인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구상이다.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회복력, 청정에너지·탈탄소화·인프라, 조세·반부패 등 미·중 갈등이 첨예한 4개 분야에서 역내 국가들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이 골자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중 경제 분야 요체가 사실상 IPEF라고 할 수 있다. 이들 4개 분야엔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가치와 규범이 반영돼 있다.
즉 한국이 IPEF에 참여한다는 것은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공조한다는 외교적 의미를 내포한다. 윤 대통령의 직접 언급에 따라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할 공동성명에도 한국의 IPEF 참여와 관련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2일 취임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IPEF에 참여할 경우 중요한 경제파트너인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 프레임워크는 어느 한 나라를 겨냥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 직접적으로 이해 상충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한국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또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 외교가 국익과 충돌할 경우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이제 선진국으로 가는 우리 대한민국 외교가 그 책임과 역할이 더욱 커졌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 한국의 입장을 밝히고, 또 그러한 한국의 입장이 일관된 어떤 가치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 의제는 크게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 대응 전략 ▲경제안보 중심의 양국 협력 방안 ▲국제 현안에 대한 기여 3가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정상회담 의제 조율은 끝날때까지 하게 돼 세부 내용은 더 임박해야 알려줄 수 있지만 큰 의제는 세 가지"라며 "지금도 최종 조율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정상이)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 양국 대응 전략과 상황 관리 방안에 관해 얘기할 것"이라며 "경제안보와 관련 공급망·신흥기술 등에 대해 양국 간 협력 방안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또 주요 국제 현안과 관련해 우리가 어떻게 기여할지, 양국 간 조율할 부분이 있으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직후인 오는 22∼24일 쿼드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는 기간 중 IPEF 협의를 개시하는 선언을 할 가능성이 많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미 백악관과 상무부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한일 순방 때 IPEF를 정식 발족하겠다는 계획을 외교채널 등을 통해 한국에 알려왔다"고 귀띔했다.
도미타 코지(冨田浩司) 주미 일본대사도 지난 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토론에서 미일 양국이 IPEF 세부 사항에 대해 작업해왔다면서 "이번 방문 기간에 미국 주도의 IPEF 공식 발족 선언이 함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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