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수 10~20% 급락 동안, 줄곧 매수세 유지
순매수 상위 10종목 부진…레버리지 손실 커
"연준이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현금 보유해야"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 미국 증시가 연일 폭락하면서 올해 미국 주식에만 13조원 넘게 쏟아부은 서학개미들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올해 테슬라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 규모를 늘려왔지만, 이들은 좀처럼 주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식 강세론의 힘이 약해지는 만큼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추가 진입보다는 현금 보유 전략이 더 유리하다고 제안한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1월 3일~5월 11일·미국 시간)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104억9998만달러(한화 약 13조4662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23억6659만달러)보다 15% 줄었지만, 같은 기간 일본(7030만달러), 홍콩(4763만달러), 유럽(4739만달러), 중국(4700만달러), 기타국가(3510만달러)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뉴욕증시는 올해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연간 10~20%의 하락률을 보이며 서학개미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의 11일(미국 시간) 종가는 지난해 말 종가보다 1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7% 낮다.
종목별로는 올해 서학개미들이 쓸어담은 주요 기술주들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모두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기초자산의 2~3배를 추종하는 상품일수록 손실 규모가 더욱 크다. 서학개미의 올해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1위 종목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로, 이 기간 총 17억5931만달러(한화 약 2조2572억원) 순매수했다. 해당 종목은 나스닥100 지수 일간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해 나스닥100이 1% 오르면 3% 오르지만, 반대로 1% 하락하면 3%의 손실을 보는 상품이다. TQQQ는 올해 나스닥지수가 20% 넘게 하락하면서 82% 급락했다.
서학개미들은 TQQQ 다음으로 테슬라를 14억8622만달러(한화 약 1조9083억원) 순매수했는데, 테슬라는 올 들어 30.54% 하락했다. 이 외에도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3~10위에 오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71%), 엔비디아(43%), 알파벳(Class A·21%), 애플(17%), 마이크로소프트(22%), SPDR SP 500 ETF 트러스트(SPY·17%),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QQQ·26%), BMO 마이크로섹터스 FANG 이노베이션 3X 상장지수증권(ETN)(BULZ·80%) 모두 지난해 말 종가보다 크게 하락했다. 그 중에서도 기초자산인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3배를 추종하는 SOXL과 미국 기술주 15개 기업의 일간 수익률을 3배 추구하는 BULZ 등의 하락률이 두드러진다.
미국 증시에 드리운 먹구름이 언제 걷힐 지 모르는 만큼 전문가들도 투자자들에게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는 유동성 위축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크게 하락했다"며 "특히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주식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논리를 유지했던 주식 강세론자들도 낙관론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S&P500의 연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다"며 "유동성 위축기를 지나고 연준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현금 비중을 높이는 전략 외에는 성과 차별화를 만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chesed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