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서 소년상 철거 협력 요청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외교부는 1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베를린시 미테구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상징인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독일 측에 요청한 데 대해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한일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해외 소녀상 등의 설치는 전시 성폭력이라는 보편적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추모·교육 차원에서 해당 지역과 시민사회의 자발적 움직임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2020.12.03 [사진=KoreaVerband] |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질의에 "기시다 총리가 지난달 28일 일본을 방문한 슐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상이 계속 설치돼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독일 측에 협력을 요청했다"고 답했다.
마쓰노 장관은 "그 이상의 내용은 외교상의 대화이므로 답변을 삼가겠다"고 했다.
앞서 일본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지난달 28일 방일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위안부상이 계속 설치돼 있는 것은 유감이다. 일본의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며 소녀상 철거를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숄츠 총리는 기시다 총리의 이례적인 직접 요청에도 '철거가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후속 보도를 통해 "기시다 총리의 철거 요청에 숄츠 총리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숄츠 총리는 일본과의 관계는 물론 중요하지만 '평화의 소녀상' 설치 문제는 미테구 관할로 독일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산케이는 또 미테구 의회에 대해 "독일 녹색당 등 좌파 계열 정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인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재독 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Verband) 주관으로 2020년 9월 25일 1년 기한으로 베를린시 미테구 모아비트지역 비르켄가에 설치됐다.
미테구청은 일본 정부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자 설치 2주 만에 철거 명령을 내렸으나, 코리아협의회가 소송을 제기하자 철거 명령을 보류했다. 당시 일본 측은 정부와 여당, 지방자치단체 등이 전방위로 철거를 압박했었다.
이후 미테구청은 지난해 9월 구청 도시공간 예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올해 9월 28일까지 설치기간을 1년 연장했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