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 동남아, 유럽 등 글로벌 오프쇼어링 기업과 협업 개발 늘어나
[서울·대전=뉴스핌] 김수진 기자 = 20년 넘게 만성 인력난을 겪고 있는 SW 업계에서 해결책을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발자 부족난을 겪고 있는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 제품 개발 일부를 해외에서 진행할 수 있는 '오프쇼어링' 방식은 탐나는 시스템이다. 비용뿐만 아니라 개발 시간 절약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4차 산업이 본격 진행된 최근 몇 년간, 오프쇼어링은 국내 SW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022.01.25 aaa22@newspim.com |
매출 1조 원대 글로벌 오프쇼어 기업도...'글로벌 시장 활발'
#1. 지난해 초 폐업한 대전의 모 스타트업 대표는 자신이 개발하려 했던 SW 관련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속상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SW 개발 시 인력부족으로 출시 '타이밍'을 놓친 게 패착이라 생각한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개발자를 적기에 제대로 구하지 못해 출시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며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SW시장 특성상 개발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 바이오 관련 SW 개발업체인 A사는 베트남 오프쇼어링 기업과 1년 간 협업을 통해 제품을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인력난으로는 제때 제품을 개발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A사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려 해외 SW 개발회사와 계약을 맺은 것. A사 대표는 "굳이 국내에서 힘들게 모든 개발을 진행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협업에 대한 두려움만 버린다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인 것 같다"며 "관련 시장이 국내서도 활성화돼 좀더 쉽게 오프쇼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프쇼어링(off-shoring)은 기업업무 일부를 해외 기업에 맡겨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업무 일부를 국내기업에 맡기는 아웃소싱 범주를 해외까지 확대한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IT나 SW업계에서 가장 활성화 돼 있으며 최근에는 디자인이나 회계 등에도 오프쇼어링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SW 분야에서 오프쇼어링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은 동남아, 특히 베트남이다. IT관련 개발자만도 수만, 수 십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많은 수가 오프쇼어 업무를 맡고 있다. 오프쇼어만 전문으로 진행하는 기업도 베트남 다낭에만 700개가 넘는다. 전문개발자 3만 명의 연매출 1조 원의 'FPT'라는 오프쇼어링 전문 대기업 또한 베트남 다낭에서 활동한다.
동유럽도 오프쇼어링에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업무 퀄리티가 상당히 높은 국가로 손꼽힌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관련 협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밖에도 폴란드도 UX 분야에 월등한 인력을 갖췄다는 평을 얻고 있다.
오프쇼어링을 진행하는 방식은 대상 국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SW개발 및 관련 전문컨설팅 기업인 씽크포비엘에 따르면, 업무를 협업할 오프쇼어링 전문 기업을 직접 찾아가 업무 환경을 살펴보고 담당자의 업무 능력을 현장에서 확인 후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초반에는 리스크가 크지 않은 일부터 진행하면서 점진적으로 파트너십을 형성한다. 오프쇼어링 기업을 결정하면 기업은 세부계획과 그에 따른 견적을 제시한다. 이후 협의를 거쳐 최종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패스틀리의 클라우드 기반 초고속 CDN을 이용하는 개발자 [사진=업체 홈페이지] |
'골든타임' 확보로 생존 시급한 중소벤처기업 '환영'
오프쇼어링으로 진행되는 업무는 중간급 난이도다. 오프쇼어 방식으로 제품 개발을 하고 있는 한 중소 SW기업 대표는 "오프쇼어링에서 초급 인력은 사실 의미가 없고, 최고급 인력은 구할 수가 없다 보니 사실상 중간급 정도의 개발자들로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며 "단위 생산성을 볼 때 국내 인력 1명이 할 일을 해외 인력 3명 정도가 담당하게 되는데 인건비 측면에서 볼 땐 별다른 메리트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건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프쇼어링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절약'이다. 기한 안에 일정한 퀄리티의 제품을 개발하려면 다수의 중급 개발자가 필요한데 많은 기업들이 국내 인력만으로는 비용을 아무리 들여도 그만한 개발자를 조달하는 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10년 차 개발자 10명이 1년 간 제품 1개를 개발하자. 회사가 투입할 수 있는 10년 차 개발자가 3명뿐이라면 제품 개발에 3년이 걸린다. 하지만 오프쇼어링을 활용한다면 10년 차 개발자 100명을 동원해 두 세달 안에 개발 완성할 수 있다. 한 SW개발자는 "유행이 빠른 SW 시장에서 제때에 제품을 출시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프쇼어를 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인력난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는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되는 개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SW기업들이 개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비대면 서비스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SW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몇 개월만에 SW 기술도 유행처럼 바뀌는 추세다보니 개발자 구하는 게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은 기업 생존 차원에서 오프쇼어링은 당연히 고려해야 할 방식이다.
[서울=뉴스핌]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베스핀글로벌을 방문해 개발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08.03 photo@newspim.com |
폐쇄적 기업문화로 아직은 낯설어..."정부 가이드라인이라도 지원해야"
오프쇼어링에 대한 시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업계에서는 낯선 업무 방식이다. 개발자 인력난으로 기업이 고사되고 있음에도 오프쇼어링을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폐쇄적인 기업 문화'를 손꼽는다.
오프쇼어링을 전문으로 연계하는 한 기업 대표는 "국내 기업들의 오프쇼어링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은 과도한 편"이라며 "제품개발을 남에게 맡긴다는 불안감과 해외 인력에 대한 불신, 영어로 일해야 한다는 부담감 등이 있는데 이는 폐쇄적인 기업문화와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유출 등 보안에 대한 불신도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해외에서는 십 수년간 관련 메머드급 오프쇼어 전문기업들이 성장했고 이들은 '보안'이 생명인 만큼 기술유출에 대해서도 철저한 편"이라며 "만약 기술유출이 빈번했다면 깐깐한 일본기업들이 오프쇼어링을 지금처럼 활발히 활용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오프쇼어링 대신 해외에 법인을 차리고 개발자를 직접 채용하는 SW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 개발자 교육에 시간을 허비하고 인력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현지 법령과 기업문화, 정서 등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현지인을 국내인처럼 활용하려면 그들의 문화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인데 그러기엔 SW시장이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어 비용적, 시간적 손해가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정부도 고민이 적지 않다. 인력난을 해소할 좋은 방안임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정책상 국내 기업 지원이 우선될 수밖에 없어 대놓고 지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부 한 관계자는 "(오프쇼어링이)현실적인 기술개발 대안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세금의 해외 유출이라는 측면 때문에 오프쇼어링을 양지에서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SW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오프쇼어링은 현재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정부도 오프쇼어링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원유를 수입해 국내에서 석유 화학 산업을 번창시키는 것처럼 오프쇼어링을 바라봐야 한다. SW산업의 원자재에 해당하는 인력 수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오프쇼어링 가이드라인이나 길잡이 지원이라도 갖추는 것이 글로벌 전환기에 기업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중소벤처기업에 도움되는 일"이라며 "유니콘 기업을 꿈꾸는 창업기업들이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정부와 산업계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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