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영사급 파견돼 회식 후 강제추행 혐의
"피해자 패싱아웃 상태…준강제추행죄 성립"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 파견 근무 중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가정보원 고위 공무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광호 부장판사는 31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법원 로고[사진=뉴스핌DB] |
임 부장판사는 우선 영사관 후문 앞 1차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추행이 성립하나 강제력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준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시 피해자는 술에 만취해 단순히 일정 시점의 기억을 상실하는 '알코올 블랙아웃' 보다는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이 완전히 상실된 '패싱아웃'에 가까운 상태로 보인다"며 "피해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심신상실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과 피해자 직급의 현저한 차이, 업무 외에는 다른 관계가 없었던 점, 접촉한 신체 부위와 시간, 긴급조치 구호의 필요성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보살피거나 도움을 주려고 한 행동을 넘어서는 비약적 행동으로 성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추행으로 보기에 옳다"고 덧붙였다.
다만 영사관 내에서의 2차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이 대체로 진실한 것이라고 보이긴 하나 당시 토사물을 닦으면서 일어난 접촉일 수 있는 점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추가 범행이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임 부장판사는 양형과 관련해 "피고인이 주재한 회식 자리에서 만취한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행으로 범정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는 아직까지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초범이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유죄로 인정되는 추행의 정도가 중하지는 않은 점, 피고인의 성인식과 공감능력이 부족해 저지른 범행으로 개선의 여지를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LA총영사관에 파견돼 부총영사급 직책을 맡아 근무하던 중 지난 2020년 6월 23일 직원 회식을 마치고 영사관 앞에서 계약직 직원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사건 직후 현지 경찰에 A씨를 고소했고 외교부는 같은 해 7월 경 A씨를 한국으로 송환했다. 경찰은 A씨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 검찰이 지난해 5월 A씨를 재판에 넘겼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