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소셜 미디어의 숏폼 영상 플랫폼이 가요계를 움직이고 있다. 가수들의 컴백, 혹은 데뷔 홍보 수단으로 사용됐던 숏폼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인 소셜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면서 음악방송과 음원차트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 음원 차트 움직이는 '틱톡'…빌보드, '송 브레이커' 차트 추가
숏폼 영상 플랫폼의 영향력이 미국 빌보드에도 미쳤다. 국내 대형 음원차트를 넘어 미국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의 차트까지 움직이고 있다. 영국 인디 록밴드 글라스 애니멀스의 '히트 웨이브스(Heat Waves)'는 최근 발표된 3월 26일자(현지시간) '핫 100'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곡은 2020년 6월 공개됐지만 59주가 지난 지난 13일 1위에 올라 이후 계속 정상을 지키고 있다. 글라스 애니멀스의 곡 외에도 2위를 차지한 저스틴 비버의 '스테이(Stay)'와 4위를 차지한 가일 'abcdefu'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틱톡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틱톡에서 음원이 사용된 후 역주행한 글라스 애니멀스의 '히트 웨이브스' [사진=빌보드 차트 캡처] 2022.03.28 alice09@newspim.com |
빌보드는 '히트 웨이브스'의 역주행의 동력으로 틱톡을 꼽았다. 빌보드는 "'히트 웨이브스'가 틱톡 및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음원이 틱톡 내 커플 영상 BGM으로 사용되면서 인기를 끌었고, 이후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 음원 판매량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저스틴 비버의 '스테이'와 가일의 'abcdefu'도 마찬가지이다. 저스틴 비버의 곡은 국내에서도 틱톡 안무 챌린지로 번져 급물살을 탔고, 가일의 곡은 이별 후 영상에 사용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시상식을 휩쓴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드라이버스 라이센스(drivers license)'도 틱톡 이별 챌린지 배경음악으로 인기를 끌면서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에서 1위를 8번이나 차지하기도 했다.
소셜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자, 앨범과 음원을 기준으로 잡았던 미국 빌보드 차트가 새로운 차트를 만들었다. 틱톡과 유튜브를 포함, 소셜 플랫폼에서 음악이 포함된 콘텐츠의 참여도를 기준으로 월간 순위를 매기는 '송 브레이커'가 그 주인공이다.
'송 브레이커' 차트에는 K팝 남성가수 최초로 방탄소년단의 동생 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틱톡을 다양한 소셜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하고 있고, 멤버 연준과 태현이 피처링으로 차여한 샐럼 일리스의 신곡 'PS5' 댄스 챌린지가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소셜 플랫폼에서 많이 사용된 음원인 저스틴 비버의 곡과 가일의 곡이 각각 빌보드 '핫 100'에서 2, 4위를 차지했다. [사진=빌보드 차트 캡처] 2022.03.28 alice09@newspim.com |
특히 틱톡에서 연준과 태현의 'PS5 챌린지'에 삽입된 음원 'PS5 오어 미 투모로우바이투게더(PS5 OR ME - TOMORROW X TOGETHER)'을 사용한 콘텐츠 수가 3일 만에 약 1만5000건을 돌파하면서 영향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 SBS·KBS, 음악방송에 '소셜미디어' 점수 추가
소셜 플랫폼으로 음원 차트가 움직이다보니, 국내 음악 방송 프로그램도 순위 집계 방식에 소셜 플랫폼을 추가했다. KBS2TV '뮤직뱅크'는 지난달 25일부터 틱톡 등 소셜미디어 점수를 반영해 순위를 적용했다.
이전에는 음원과 방송 횟수·시청자 선호도·음반을 합산해 집계했지만, 개편 후 음원 점수 비중이 60%로 줄었고, 5%는 소셜미디어가 채우게 됐다. 소셜 미디어 점수에는 유튜브와 틱톡의 인기도가 포함된 만큼, 해당 플랫폼에 올라오는 영상의 조회수와 좋아요 수가 반영된다.
SBS '인기가요' 역시 소셜 미디어를 30%의 비중으로 뒀고, Mnet '엠카운트다운'은 소셜미디어 비중을 15%로 둬 순위를 집계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소셜 미디어 집계를 추가한 Mnet의 '엠카운트다운' [사진=Mnet] 2022.03.28 alice09@newspim.com |
이처럼 틱톡 등 유튜브의 소셜 플랫폼이 음원차트뿐 아니라 음악 방송의 집계 순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셜 플랫폼이 자기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MZ세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가수들 역시 데뷔와 컴백시 신곡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적극적으로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는 대중이 많아지면서 놀이 문화에서 공동 창작자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음악이 가진 전파력으로 숏폼을 통해 직접 창작하거나 커버를 하며 2차, 3차의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이를 통해 온라인 소통에 익숙해진 세대들에게 파급력이 커지며 소비 활동을 보이고 있다"며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이어 "이에 자발적인 챌린지나 커버 영상 콘텐츠가 음원과 함께 재생산돼 신곡뿐 아니라 과거의 곡을 소환하며 역주행까지 시키는 결과물이 탄생했다. 유행과 소비를 MZ세대가 주도하고 있고, 그 영향이 소셜 플랫폼에 가장 잘 드러나기 때문에 음원차트와 음악 방송에서도 이를 반영하는 결과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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