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법무부 업무보고 거부...대검만 진행
박범계 "의견 들어달라" 호소...입장 변화는 없어
"여야가 나라 전체 위해 뜻 모아 협조 태도 필요"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하는 강경 대응에 나선 가운데 유예됐던 보고가 이번주 중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 공약에 반기를 들었던 박범계 장관이 하루 만에 몸을 낮추고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받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 2022.03.15 yooksa@newspim.com |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수위는 지난 24일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를 당일 취소했다. 전날 박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예산 독립 등 윤 당선인의 사법 공약에 반대 입장을 내자, 보고를 거부한 것이다.
인수위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일 후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인수위는 이날 대검찰청의 업무보고 만을 받았다. 대검이 인수위에 직접 업무보고를 한 것 또한 이례적이다.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대검의 업무는 법무부가 일괄적으로 보고해왔다.
박 장관이 윤 당선인의 사법공약에 반대한다는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자 인수위는 대검의 의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두 기관으로부터 각각 보고를 받기로 했다.
앞서 대검은 법무부에 장관 수사권지휘 폐지와 검찰 예산 독립 등 윤 당선인의 공약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보고에서도 윤 당선인의 공약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수위가 업무보고를 따로 받겠다고 밝힌 데 이어 보고 일정을 긴급 취소하자 박 장관은 "새 정부에 도움이 될 내용이 많으니 한번 들어봐 달라"고 호소하며 태도를 바꿨다.
박 장관은 지난 2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인수위 업무보고 결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인수위 업무보고 자료가 수십 페이지에 이르고 검찰국만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의견을 달리하더라도 들어보시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지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수위는 이번 주 중으로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겠다고 밝히면서도 윤 당선인의 공약에 줄곧 반대해 온 박 장관의 입장 변화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3.24 photo@newspim.com |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법무부 업무보고는 다음주 화요일(29일)에 받게 될 것"이라고 답했지만,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입장 변화나 제스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받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그간 윤 당선인의 공약에 반대하던 입장을 완전히 뒤집지는 않은 상태다.
법조계는 박 장관의 입장 변화 외에도 정치권 등에서 발생할 변수가 다양한 만큼 법무부 업무보고 시점을 가늠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의 인수위 업무보고는 박범계 장관 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기관 주요 인사들이 바뀌는 등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여야가 나라 전체를 위해 뜻을 모아 협조하는 태도가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인수위와 윤 당선인이 법무부 업무보고를 유예한 것을 두고 '치졸한 행태'라고 비판하며 "수사지휘권은 검찰 폭주를 제어하는 마지막 견제 장치로,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