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내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서울시금고 사업을 담당할 은행이 오는 5월 결정된다. 앞서 서울시는 내달 5일부터 11일까지 제안서를 접수받고 심의위원회를 구성, 심사에 돌입한다.
시금고 사업은 자금 규모만 48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시 자금관리 및 세입금 수납과 이체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를 관리하는 1금고와 기금을 담당하는 2금고 등 복수금고로 운영된다.
지난 2018년 5월 입찰경쟁에서 104년간 시금고 사업을 독점했던 우리은행을 누르고 신한은행이 선정되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석패한 우리은행은 2금고 사업자로 밀렸다. 이 사업은 워낙 규모가 커 주요 은행들이 모두 노리는 이벤트로 꼽힌다.
[서울=뉴스핌] 최아영 인턴기자 = 2022.03.03 youngar@newspim.com@newspim.com |
올해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시는 ▲지역사회 기여실적 ▲시 협력사업계획 ▲녹색금융 이행실적 등의 항목을 평가기준에 추가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트렌드에 맞춰 심사 '눈높이'를 업그레이드 했다는 설명이다.
시대적 흐름을 따르는 변화는 반갑다. 하지만 은행권을 뒤흔든 채용비리가 속속 유죄로 판결났음에도 이를 반영할 감점조항이 없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각종 비리가 명백하게 드러난 은행들의 '부정부패'를 엄단할 최소한의 기준조차 없는 셈이다.
은행권 채용비리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현 1금고 사업자인 신한은행은 채용비리 혐의로 당시 윤승욱 부행장과 인사부장 등 핵심 관계자가 1, 2심 모두 유죄(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또한 인사부 직원 3명도 벌금형을 받았는데 유죄판결을 받은 대다수 인사들이 여전히 신한그룹 요직에서 근무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금고 사업자인 우리은행은 채용비리로 이광구 전 행장이 징역 8개월, 관련 직원이 벌금형을 받았다. 우리은행의 비리는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된 사안이다.
하나은행 역시 1심에서 인사부장 2명이 집행유예, 인사팀장 2명은 벌금 1000만원 등 채용비리로 유죄를 받았다. 국민은행은 2심에서 인사팀장이 징역 1년, 관련 임원 3명이 집행유예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국내 주요 은행들의 채용비리는 사실로 입증이 됐다. 이중 신한과 하나가 CEO는 무죄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시금고 사업자 평가 기준에 감정항목이 없는 건 '무관심' 때문이다.
해당 조항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요청 또는 시의회 자체 판단에 따른 조례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와 시의회 모두 "특별히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비리와 시금고 운영 능력은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채용비리가 있었으니 해당 은행의 시금고 지원 자격을 박탈하자는 것이 아니다. 비리와 능력은 별개라는 주장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 비리에 따른 최소한의 책임조차 물을 수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온갖 비리로 질타받는 은행이라도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만연할까 두렵다.
공정과 상식. 오세훈 시장이 취임 후 줄곳 강조하고 있는 단어다. 48조원의 자금을 운영하는 시금고 사업자가 비리로 점철된 은행이라면 이를 공정과 상식으로 이해할 사람을 없을 것이다.
시금고 사업자 선정은 4년마다 돌아온다. 이번 선정에서는 늦었지만 적어도 다음에는 비리은행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물을 수 있는 기준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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