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복지만 강요되는 경향…동물 전체 권익 보호 필요
[편집자] 제20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공약과 정책대결 실종된 역대급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공약 검증보다는 도덕성과 자질 문제, '배우자 리스크' 등 후보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논란들이 더 두드러지는 모양새이다. 시민사회는 이번 대선으로 여성이나 기후 등 다양성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대선이 담지 못한 '말']이라는 주제의 기획보도물을 통해 여성과 기후, 동물권 등 20대 대선에서 배제된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여야 대선후보들이 반려동물 복지 공약을 내놓는 등 1500만 반려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의 동물권 논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의가 동물 전반에 걸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친한 반려동물에만 한정돼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3일 동물권대선대응연대(대응연대)가 원내정당 대선후보들에게 동물복지 과제와 관련한 정책의 수용 여부를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모두 수용'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부분 과제에 대해 수용한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한국동물보호연합, 개도살금지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개도살 금지법의 신속한 국회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개 탈을 쓴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4.29 kilroy023@newspim.com |
대응연대는 "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의사는 동물복지에 대한 우리사회의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부 후보는 개식용 산업의 조속한 종식 방안 마련, 국가 차원의 동물복지위원회 설치 및 행정체계 개선, 동물 의료에서의 공공성 확보 등 일부 세부과제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정책 제안서에는 ▲생명존중문화 확산 ▲동물복지 실현을 위한 사회적 기반 마련 ▲책임있는 반려동물 문화 형성 ▲지속가능한 농장동물 정책 마련 ▲야생동물 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전 등 5대 과제 및 18개 세부 과제가 담겼다.
특히 '개식용 산업의 조속한 종식 방안 마련'에 대해 윤석열 후보는 수용의사를 밝히면서도 '사회적 합의결과'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나머지 후보는 "개 식용 산업의 조속한 종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윤 후보는 "반려견과 식용견은 구분된다"는 발언을 해 동물단체로부터 질타의 목소리를 들은 바 있다.
대응연대는 "개식용 산업은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적 합의'라는 허울 뒤에 숨어 사회적 갈등을 방치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고 종식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반려동물' 복지 공약만이 가시화되는 현재의 대통령 선거에서 농장동물, 해양생물, 야생동물 등을 대변하는 공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홍순영 기본소득당 동물권·생태 의제기구 '어스링스'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반려동물 너머에 우리가 있다- 20대 대선 지구공유자선언'에서 "현재의 대통령 선거에서 동물권·생태 이슈는 실종됐다"며 "양당 후보들은 반려동물 공약을 내세우며 동물친화적인 듯 행세하지만, 실제로는 동물 이용 산업을 증진시키는 공약, 생태계를 파괴하는 토건 공약, 핵발전 공약 등 수많은 종과 생명체들을 파멸로 밀어 넣는 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닭, 고라니, 수라갯벌, 밍크고래 탈을 쓰고 이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발언에 나선 수라갯벌은 "인간들이 쏟아낸 마른 흙에 폐부가 썩어간다"며 "저어새, 황새, 큰기러기, 수달, 흰발농게, 금개구리 등 많은 삶들이 바람 앞 촛불처럼 꺼져간다"고 했다.
이들은 ▲동물과 자연의 정치적·법적 권리 보장 ▲축산동물 권리 보장 ▲야생생물 권리 보장 ▲해양생태계의 권리 보장 ▲공존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이 필수요구 등 5대 필수요구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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