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조차 낯설어 하는 기후위기 용어…"중요성 간과돼"
시민사회, 기후 대선토론 등 관련 논의 촉구
[편집자] 제20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공약과 정책대결 실종된 역대급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공약 검증보다는 도덕성과 자질 문제, '배우자 리스크' 등 후보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논란들이 더 두드러지는 모양새이다. 시민사회는 이번 대선으로 여성이나 기후 등 다양성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대선이 담지 못한 '말']이라는 주제의 기획보도물을 통해 여성과 기후, 동물권 등 20대 대선에서 배제된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기후위기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우리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대선 공약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2050 탄소중립 달성 등 기후 관련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14일부터 오는 8일까지 "대선 후보자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5개의 '당연한 정책'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연대서명을 받고 있다.
핵심 요구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재상향 ▲탄소성장법 폐기와 기후정의법 제정 ▲재생에너지보급, 탈석탄과 내연기관차 전환 목표 재설정 ▲삼척블루파워 등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와 가덕도, 새만금, 제주2공항 등 신공항 중단 ▲국민생활 핵심부문의 보편적 공공서비스 제공 등이다.
단체는 "기후위기 대응, 기후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미래 세대들의 절박한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으나 주요 대선 후보자들의 '기후정책' 성적표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같은 요구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에서 청년기후단체네트워크 플랜제로 단체원들이 기후 원포인트 대선 토론회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기후 위기를 주제로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 개최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2022.02.14 hwang@newspim.com |
앞서 첫 대선 후보 토론회 이후 'RE100', '택소노미' 등의 용어들이 화제가 됐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을, 택소노미는 지속가능 금융 분류체계를 뜻하는 말로이다. 모두 기후위기와 관련된 단어들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조차 기후위기 분야의 이슈를 낯설어 하는 모습을 두고 "대선 후보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라는 입장과 "대선 토론이 장학 퀴즈냐"는 입장이 갈렸다.
대선후보 중에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기후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으나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기후 관련 대책은 원전 등 에너지 분야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기후 관련 의제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토론회의 토론 분야로 선정되지 못하면서 기후위기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는 "기후 논의가 부족하다"며 기후 대선토론을 비롯해 대선 후보들의 구체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기후솔루션, 청소년기후행동 등 18개 단체는 기후시국선언을 통해 "20대 대선은 앞으로 5년뿐 아니라 2050년 이후의 미래까지 좌우할 지도자를 뽑는, 역사에 길이 평가받을 분기점이 되어야 했다"며 "그 어떤 후보도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역사에 패배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막을 수 있었던 기후 재앙의 피해자로 만든 제1의 책임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릉·삼척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 2030년 이전 석탄발전소 퇴출과 정의로운 전환 로드맵 수립 ▲기후위기 의제로 후보들 간 원 포인트 토론 개최 등을 요구했다.
300여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인 기후위기비상행동(비상행동)은 지난달 26일 선언문을 통해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기후위기'가 빠진 대선이라는 사실은 여전하다.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우리는 기후가 중요한 대선을 요구함과 함께, 기후가 대선 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릴 것"이라며 "기후악당 대선후보 부끄럽다, 기후가 아니라 대선을 바꾸자"라고 주장했다.
비상행동은 지난달 11일부터 '기후대선'을 위한 전국순회행동을 진행했다. 신규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 강원도 삼척을 시작으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철회 요구,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새만금 공항 백지화 등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인천 영흥석탄발전소 앞에서 삼보일배를 진행했으며,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앞에서 가스발전소 계획 중단 등도 촉구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집회를 연 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캠프 앞을 찾아 "제대로 된 기후 대응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는 기후위기가 여전히 시급한 문제로 다뤄지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고 분석한다.
이영경 탈핵대선연대 집행위원은 '기후대선운동본부 정치토론회- 기후가 사라진 대선에 미래는 없다'에서 "기후위기가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은 있지만 여전히 시급하게 바꿔야 하는 '나'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또 기후대선이라는 포괄적 명제에 맞춘 정책보다는 탈원전과 탈원전 반대, 재생에너지와 핵발전 등 단순한 정치적 구도로만 점철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기후위기 대응은 온실가스 감축과 동일한 언어로 이해된 측면이 있다"며 "양당 구도에서 실종된 관련 토론을 주도하고 '기후'를 주요 의제로 한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또 성장중심, 기술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을 버리고 각 정당과 후보, 시민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고 기후대선을 위한 세력화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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