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성장률 0.3%p 낮춘 3.0% 전망
세계 성장률도 석달만에 0.5%p 하향 조정
장밋빛 전망 접고 냉철하게 현실 인식해야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사실을 왜곡하는 것일까.
코로나19 변이 확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세계경제 및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이 이어지고 있다. 한번은 위기를 강조할 만 한데도 매번 '정부가 조기에 잘 대응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식의 생색만 늘어놓는다.
정성훈 경제부 차장 |
지난 25일 세계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경제전망(WEO) 수정치를 발표하고 나서도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IMF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회복세 축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으로 올해 세계경제가 회복 흐름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4.4%로 석달만에 0.5%p 하향 조정했다.
한국경제 역시 오미크론 확산, 주요 무역국의 경제전망치 하향조정 등에 따라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3.3%)보다 0.3%p 낮춰 잡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 상황을 애써 외면했다. 이유 있는 하향조정이라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정부 대응은 시기적절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역시 위기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기획재정부는 IMF 발표 직후 "IMF 전망치가 우리 정부 전망을 소폭 하회하고 있으나, IMF 전망 시점이 가장 최신으로 오미크론의 영향이 보다 크게 반영된 측면으로 해석한다"는 납득할 수 없는 입장을 내놨다. 바꿔말하면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정부 전망치를 우회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면서 "코로나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거한 2020~2022년 평균 성장률(2.01%)은 G7 주요 선진국 성장률을 모두 상회한다"고 자평한 뒤 "한국경제는 2021년 가장 빠른 위기 극복 후 내년까지 가장 빠른 성장흐름을 지속 할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렇듯 정부가 경제성장에 과한 자신감을 내비추고 있는건 한국은행이 같은 날 발표한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년 새 최고치인 4.0%를 기록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2021년 연간 성장률을 최초 3.2%로 전망했다가 4.2%로 상향 조정한 뒤 지난해 12월 다시 4.0%로 낮춰 잡았다. 정부 기대에는 못 미친 감이 있지만, 최초 전망치보다 높은 성장률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경제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위기 첫해인 2020년 역성장 폭을 최소화한 데 이어 코로나 2년 차인 지난해 4% 성장을 통해 주요 20개국(G20) 선진국 중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은행의 발표에도 한 가지 맹점이 있다. 경제성장률은 전년치와 비교하기에 전년도 경제상황이 어땠는지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9%를 기록하며 '역성장'을 보였다.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경제상황이 크게 낳아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건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22년만이다. 그만큼 최근 한국의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올해 경제상황은 더욱 낙관할 수 없다. 세계경제 정책연구 기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대표적 신용평가기관인 피치(Fitch), 무디스(Moody's) 등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0~3.2%로 잡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긴축재정으로 가계 부담도 늘면서 경기가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무서운 수준이다. 정부는 일종의 감기로 치부하고 있지만, 감기보다 전염성이 몇 배 강해 경제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도 '제살 깎아먹기' 행태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 코로나19 변이 확산 등 영향으로 유럽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작년 말을 기점으로 떨어질 것 같던 유가는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연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3.1%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 효과가 강력하게 작동된다는 전제하에 금년 성장률 목표 3.1%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현재 경제위기를 정부의 재정적 지원으로 돌파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소비는 언젠가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재정 악화로 더 큰 국가적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업적용 장밋빛 전망을 접고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여러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