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유죄 → 2심 "형사소송법상 공소기각 사유"
"절차 하자…법원에 하자 보완 요구 의무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검사의 서명 또는 날인이 누락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결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공소제기 절차에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1월을 선고하고 일부 사기 혐의를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16년 10월 13일 B씨에게 "건설현장에서 택지 조성 사업을 하고 있는데 굴삭기를 임대해주면 월 85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장비 대여료 1266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해 10월 15일 C씨에게 굴삭기를 임대하고 834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와 이듬해 7월 6일 D씨에게 "돈을 빌려주면 전원주택분양 사업권을 양도해주겠다"며 차용금 명목으로 5000만원을 빌려 변제하지 않은 혐의 등도 받았다.
1심은 A씨와 피해자들의 진술, 차용증 등 증거를 통해 A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여럿이고 피해금액도 상당하며 (피해가) 대부분 회복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과 달리 A씨의 공소사실 중 B씨에 대한 굴삭기 대여료 편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검사가 해당 공소장에 서명이나 날인을 하지 않은 것이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없는 상태로 관할법원에 제출된 공소장은 형사소송법 제57조 제1항에 위반된 서류"라며 "이와 같이 법률이 정한 형식을 갖추지 못한 공소장 제출에 의한 공소제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 B씨 관련) 공소장에는 발신자 검사의 성명만 기재돼 있을 뿐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검사의 서명 또는 날인이 없다"며 "이러한 공소제기 절차의 하자를 간과한 채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을 송달하고 공소사실에 대해 심리한 뒤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공소제기 절차 하자의 경우에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소를 제기한 검사가 공소장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추완하면 공소제기가 유효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공판의 첫 단추인 공소제기상 하자까지 시정을 허용하거나 항소법원이 검사에게 추완을 요구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사후심적 운영을 저해한다"며 법원이 하자 추완을 요구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도 "이 사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결론은 옳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