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 발표 시 勞 반대 입장 표명
현대차 "조직 폐지·인력 감축 없어...엔진개발 계속"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현대자동차가 미국 내 전기차 생산 확대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전기동력화에 집중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개편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차 생산과 연구 분야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현대차 노동조합은 현대차의 전동화 전환 과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전기차는 엔진 등 내연기관 대비 생산 과정이 약 30% 줄어드는 만큼,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한 우려에서다.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사측과 노조 사이에서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은 노사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 [사진=현대차그룹] |
◆ 현대차 "미래차 전략 위한 개편...엔진개발도 계속"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7일 연구개발본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개편에서는 엔진개발센터를 축소해 엔진설계실로, 파워트레인 담당은 현대차의 전동화 전략에 맞춰 '전동화 개발 담당'으로 각각 변경됐다.
기존 연구개발본부 산하에 엔진개발센터가 있고 그 아래에 파워트레인 담당이 있었지만, 전동화 개발 담당 산하에는 기존 엔진개발센터에서 축소된 엔진개발실을 배치했다. 여기에 배터리센터도 신설해 전동화 개발 담당 산하에 두면서 향후 전기차 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엔진개발센터의 축소 재편이다. 기존에 '엔진개발'이라는 목표 아래 뭉쳐 있던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도 타부서로 분산한 것이다. 이는 내연기관 엔진 개발보다는 전동화 개발을 중시하겠다는 경영진의 판단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진개발센터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고 네이밍을 변경하며 전동화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새로 부임한 박정국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의 청사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는 조직 개편과 함께 박정국 연구개발부본부장을 본부장으로 승진 인사한 바 있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퇴임함에 따라 수소연료전지담당을 맡던 박 본부장이 연구개발본부까지 총괄하게 된 것이다.
본부 산하 엔진개발센터가 축소되면서 전동화 개발 담당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현대차는 전동화 개발에 무게를 두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향후 의사결정 과정이 축소돼 신속한 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에는 파워트레인 담당 위에 엔진개발센터가 있었는데 이번 조직 개편에서는 이러한 옥상옥 구조를 없앴다"며 "의사결정 과정을 줄이는 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번 조직 개편에 미래차인 전기차로의 전환에 대한 의지를 반영했다. 박정국 사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전동화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엔진-변속기-전동화 체계'를 '설계-시험 중심 기능별 체계'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좌측부터 아이오닉6, 아이오닉7,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
◆ 美 전기차 투자 반대한 勞, 전동화 조직개편은?
연구개발 분야의 전동화 강화 전략에 대해 노동조합의 입장도 주목된다. 전기차는 생산 과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만큼, 완성차 제조 방식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생산 과정과 함께 인력도 약 30% 덜 들어간다. 때문에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회사의 전기차 분야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최근 현대차는 2026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기존 100만대에서 17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장재훈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제네시스 사업본부 사장이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판매 목표를 재논의해 2026년 목표를 170만대로 늘렸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에 74억 달러(8조4000억원) 전기차 생산 기반 증설 관련 투자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전기차 산업 투자에 반대 입장을 취해오던 노조는 즉각 반대했다. 노조는 "천문학적 투자 계획을 노조와 상의 없이 발표하는 것은 노조를 무시하는 일"이라며 "국내 공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최근 지도부 선거에서 강성의 노조 지부장이 당선되면서 내년도 노사 관계 역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연구개발본부 자체적인 변동으로 경영권 행사의 일환이다. 때문에 노조와 논의한 바는 없다"며 "엔진개발 관련해 조직을 없애거나 인력을 내보내는 것도 아니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