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업계 최초 BNPL 개발 착수
"경쟁 결제수단 아닌 잠재고객 확보"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디지털 결제 방식 BNPL(선구매 후결제) 서비스에 대한 금융권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이 진출한데 이어 시중은행에서도 BNPL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업카드사들은 BNPL이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결제수단이라는 점에서 예의주시 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MZ세대 등 잠재고객 확보 차원에서 BNPL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新 결제수단으로 부상하는 BNPL…국내에도 연착륙 할까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NHN페이코와 업무협약을 맺고 은행권 최초로 BNPL 개발에 착수했다. 신용평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MZ세대 등을 위한 혁신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BNPL은 물건을 구매한 뒤 나중에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 후불결제와 흡사한 구조지만 BNPL은 업체가 가맹점으로부터 물건을 대신 구매한 후 고객에게 결제금액을 청구한다는 점에서 렌탈 할부 방식에 더 가깝다.
애프터페이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미국·호주·유럽 등에서는 BNPL이 이미 활성화돼있다. 신용카드와 달리 카드 발급 절차나 신용심사 과정이 없기 때문에 신용점수가 낮거나 금융이력이 부족한 젊은 층, 저신용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BNPL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까지 1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빅테크 업체들 위주로 도입되는 추세다. 현행법상 신용카드사 외에는 후불결제가 불가능하나 금융당국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이를 풀어준 상황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 4월 서비스를 시작했고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소액 후불결제에 한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BNPL이 저신용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성상 부실부채 증가, 초과소비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페이팔·애프터페이 등 주요 5개사를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당국은 아직까지 유보적인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결제수단으로서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감독기준은 없다"며 "네이버·카카오·토스 등에 대한 규제샌드박스 기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카드업계, 잠재고객 확보 카드로 BNPL 활용할까
카드사들 또한 향후 대체 결제수단으로 부상할 BNPL에 대해 관심이 높다. BNPL을 경쟁수단으로 보기보다는 잠재고객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두고 BNPL 개발에 착수한 것은 타겟층이 다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신용카드 시장이 더 이상 고객을 늘리기 힘들기 때문에 MZ세대 등 잠재고객을 선점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정은보 금융감독원 원장을 비롯한 여신전문금융업계 CEO들이 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업계 CEO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07 hwang@newspim.com |
BNPL 주 타겟층은 금융이력이 부족한 이른바 '씬파일러'(Thin Filer) 계층이다. 주로 소득이 없거나 적은 대학생·사회초년생·주부·노인 등이 해당된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잠재고객들을 우선 BNPL로 확보해 브랜드 내에 락인(Lock-in) 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는 새 먹거리 사업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카드사에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미래고객 확보가 업계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BNPL과 신용카드의 차이는 결국 지불능력에 따른 리스크를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미래고객 확보를 위해 높은 리스크에도 BNPL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업체들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BNPL 시장이 잠재력이 높고 연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들도 시장 진입시기를 조율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해외에 비해 제도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당국의 규제방향이 향후 시장 잠재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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