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상황서 기망으로 비트코인 전송받아…1·2심서 집유
대법 "비트코인도 재산"…종전 판례 확인해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국내 최초 ICO(암호화폐공개)' 프로젝트로 알려진 보스코인 발행 업체 이사가 대법원에서 사기 혐의로 집행유예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은 비트코인이 사기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 '재산상 이익'이라는 종전 판례를 재확인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년6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의 부친이자 업체 대표인 B씨에게는 무죄가 확정됐다.
지난 2015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인 보스코인을 개발·판매하는 업체를 설립한 B씨와 그의 아들 A씨는 2017년 전세계 투자자로부터 비트코인을 모집하는 행사를 개최하면서 6902BTC(비트코인)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당시 A씨와 임원들은 어느 하나가 임의로 출금해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중서명계좌에 보관했는데, B씨와 갈등을 겪던 이사들이 B씨를 해임하려고 하자 A씨는 다중서명계좌에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일부를 자신 명의의 단독 계좌로 이체를 시도했다.
A씨는 임원들에게 "가상화폐를 개발·판매하는 회사에서 제3자가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시켜주면 소지한 비트코인 수에 비례해 일정량의 자체 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한다는데 다중서명계좌에서는 참가가 불가하다"며 "6902BTC 중 6000BTC를 내 단독 명의 계좌로 이체시켜주면 이벤트 참가 후 다중서명계좌로 6000BTC를 반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이벤트 후 6000BTC를 반환하지 않았고, 해당 이벤트는 다중서명계좌에서도 이벤트 참가가 가능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문제가 되자 A씨는 아버지 B씨가 추가 참여된 다중서명계좌로 이를 반환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A씨가 약 197억 7400만원으로 환산되는 6000BTC을 편취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특경가법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B씨의 공갈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이벤트에 참가한 다음 바로 6000BTC를 다중서명계좌에 돌려줄 것처럼 이사들을 기망했고, 그로 인해 이사들이 비트코인을 피고인 단독계좌로 이체한 것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고 편취 범의 및 불법영득 의사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회사 구성원들은 큰 충격에 빠졌던 것으로 보이고, 이들과 투자자들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회사를 설립한 아버지가 피해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범행으로 개인적 이득을 취득한 바 없다는 점에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실제로 이벤트에 참가했으므로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벤트 실제 참가 여부는 이 사건의 기망 성립 여부를 좌우할 만한 요소가 아니다"라며 "기망의 핵심은 '이벤트 참가 후 즉시 비트코인을 반환하겠다'고 말한 부분에 있지 '참가하겠다'고 말한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비트코인 전송은 '정보의 기록이나 변경'에 불과할 뿐 재산상 이익의 이전으로 볼 수 없다고 한 A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비트코인 거래 당사자들이 이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한 이상,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봐야 한다"며 "비트코인에 관해 다른 사람을 기망해 이를 이전받는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은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해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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