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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옥죄니 '생활형숙박시설'로 과열…"정부 규제가 만든 기현상"

기사입력 : 2021년09월02일 18:25

최종수정 : 2021년09월02일 18:25

옮겨 붙은 '청약 광풍'…'롯데캐슬 르웨스트' 57만명 몰려
수억원 붙은 프리미엄…335㎡ 분양권 45억에 매물 나와
무주택자‧저가점자 울며겨자먹기로 생활형 숙박시설로 눈 돌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피해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로 돈이 몰리면서 서울 시내 웬만한 아파트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분양되고 있지만, 수 만명의 청약자들이 몰리는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제한, 대출제한 등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게다가 아파트급 시설을 갖추면서 수억원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어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형 숙박시설 '투기 광풍'이 각종 아파트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급등한데다, 청약시장에서 소외됐던 저가점자와 무주택자들이 생활형 숙박시설과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대안주거시설로 몰리면서 투기수요도 대거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9.02 ymh7536@newspim.com

◆ 주변 아파트 시세 뛰어 넘는 高분양가

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공급하는 생활형 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에 대해 지난 25∼27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 청약을 실시한 결과 876실 모집에 57만 5950건이 몰려 평균 6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6049대 1)은 전용면적 111㎡에서 나왔다.

해당 타입의 최고 분양가격은 20억 9400만원이다. 실제 마곡엠벨리7단지 전용면적 114㎡(17억 3500만원)보다 분양가격이 높지만, 13호실 모집에 7만 8000명 가량이 몰렸다. 국민 평형인 84~88㎡는 14억~17억대, 소형 평수인 49~63㎡가 8억~9억원대다. 분양가가 웬만한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가가 산정됐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주택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숙박업 신고가 필요한 시설이다. 단기임대와 취사 등이 가능한 호텔과 오피스텔의 중간 형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청약에 투기 수요가 대거 몰린 것으로 추정한다.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규제에서 자유로운데다 당첨 후 1차 계약금 1000만원을 납부한 뒤 1개월 이내에 2차 잔여 계약금을 분납하면 전매가 바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청약을 앞두고 전매 방법에 대한 묻는 질이 다수 올라왔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거주하고 있는 송모씨는 "청약신청금 납입 후 다음날 바로 5000만원에 프리미엄 붙여서 판매했다"고 말했다.

분양권 매매도 횡행하고 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전용 111㎡의 경우 계약금 약 2억원만 내면 프리미엄을 붙여 팔리고 있다. 롯데캐슬 드메르 전용 335㎡ 분양권은 프리미엄 최고 5억원이 붙어 45억여원에 매물이 올라온 상태다.

마곡지구 인근 P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74㎡ 물건을 1억 3000만원가량 웃돈을 얹어 사겠다는 매수인이 있어 매도의향자를 연결해줬다"며 "앞으로 마곡 집값이 더 오를 거라는 인식이 크다 보니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롯데캐슬 르웨스트 조감도. [이미지=롯데건설] 유명환 기자 = 2021.09.02 ymh7536@newspim.com

◆ 지방서도 '투기 과열'…160실 모집에 13만명 접수

지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지난 7월 청주 흥덕구 일원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은 160실 모집에 13만 8000건 가량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8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보다 앞서 3월 분양한 부산 동구 '롯데캐슬 드메르'는 1221실 모집에 43만여건의 청약이 접수되며 평균 35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 마감했다.

이는 수도권에 공급되는 분양 아파트 대부분 당첨 가점 커트라인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강원도 강릉시 '강릉롯데캐슬시그니처'에도 81점짜리 통장이 전용 84㎡B 타입에 접수됐다. 만점(84점)에서 딱 3점 모자라는 점수다. 전북 '힐스테이트익산'에도 79점짜리 통장 보유자가 청약을 접수했다.

이처럼 수도권 외곽 및 지방까지 당첨 가점이 치솟은 것은 우선 주요 지역의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서울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2017년 12.6대 1, 2018년 30.4대 1, 2019년 31.7대 1, 2020년 88.3대 1을 기록했다. 올해 8월 초까지의 경쟁률은 111.4대 1로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민간분양 아파트 당첨 평균 가점은 2017년 44점에서 2020년 59점으로 뛰었다. 올해에는 8월 초 기준 61점이다. 가점 평균이 60점 내외인 셈인데 3인 가족 기준(15점)으로는 무주택·청약 기간이 14년, 4인 가족 기준(20점)으로도 12년을 넘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4인 가구 중년 무주택자'가 아니면 당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대별 무주택 비율을 계산하고 그 비율만큼 주택을 배정해서 세대별로 경쟁하는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전체 무주택자 가운데 30대가 30%라면 전체 공급 물량 중 30%는 30대끼리 경쟁하게 하자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9.02 ymh7536@newspim.com

◆ "가격 방어력 낮아 자칫 낭패 볼수도"

높아진 청약점수로 인해 생활형 숙박시설로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에게 주택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생활형 숙박시설은 가격 방어력이 아파트에 비해 낮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규제 허점을 파고들었지만 결국 실수요자들이 고가분양이라는 결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생활형 숙박시설의 경우 원칙상 주거용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장·단기 투숙만 가능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분양받은 사람은 반드시 숙박업 신고를 해야 하는데 기대와 달리 숙박 임대가 잘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고, 용도 외 목적으로 사용하다 적발되면 징역이나 벌금 등의 제재가 가해지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전문업체가 위탁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영능력이 검증된 회사인지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또 지금은 생활형 숙박시설이 아파트 대비 규제를 덜 받지만 투기 수요가 몰리면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규제 강화 기조에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거형이 아니고 숙박시설이니만큼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에 투자하듯이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 투자일 경우 매도 시 잘 팔리지 않을 리스크까지 유념할 필요가 있어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1월 생활형 숙박시설에 대한 규제를 두 차례 입법 예고한 상태다. 정부가 마련한 규제안에는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고 사용되는 주거용 숙박시설에 대한 시정명령 미이행 시 시가표준액 10% 범위 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숙박업 미신고자에게 1년 이하 징역 등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ymh753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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