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적자 지속...가맹점 439개로 급감, 신규개점 전무
정 대표 경영복귀 1년 5개월째, 경영정상화 안간힘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국내 1세대 화장품 로드숍'인 네이처리퍼블릭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경영 복귀에 나선 정운호 대표이사가 각종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침체에 빠진 네이처리퍼블릭 일으키기에 한창이지만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언제든 다시 '오너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와 고사 직전 위기에서 살려낼 수 있다는 기대가 교차한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진=네이처리퍼블릭] 2021.08.31 shj1004@newspim.com |
◆ 정 대표 경영복귀 1년 5개월...적자 지속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정운호 대표체제를 재구축한 네이처리퍼블릭이 올 상반기에도 적자를 지속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19% 가량 급감한 626억원이다. 2015년 2848억원을 기록하던 매출 규모는 지난해 1000억원대로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28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줄곧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정운호 대표가 지난 2003년 '더페이스샵'을 만들어 LG생활건강에 매각한 후 2010년 론칭한 브랜드다. 헬스앤뷰티(H&B)스토어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네이처리퍼블릭은 극심한 경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맹점 폐업 역시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네이처리퍼블릭은 최근 3년간 매년 100여개의 매장 계약을 종료했다. 가맹점의 신규개점도 지난해에는 전무했다. 가맹점 계약해지 역시 급증했다. 2018년 8건에 달하던 해지건은 지난해 36건으로 증가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정 대표를 다시 수장으로 선임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대내외적을 경영 악화 속에서 정 대표가 자리를 비운 것이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상습도박과 뇌물공여 혐의로 4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정 대표는 '정운호 게이트'라는 오명을 남기고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는 등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 대표는 지난 2003년 더페이스샵, 2009년 네이처리퍼블릭을 설립해 국내 화장품 로드숍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인물이다. 지난해 3월 수감생활을 마친 정운호 대표는 슬그머니 경영일선에 복귀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을 일궈온 화장품 업계 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위기에서 벗어날 거란 기대감도 일부 있었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1.08.31 shj1004@newspim.com |
◆ 사업다각화 등 신성장동력 마련 안간힘...재상장 추진 여부 불투명
다만 경영권을 다시 잡은 정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대표직에 복귀한 지 1년 5개월째를 맞았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난해 복귀하자마자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신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외부에서 영입한 손재욱 전무를 신규사업본부장을 영업했다. 자연주의 화장품 업체 라비오뜨 대표 출신인 손 전무는 중국과 일본 현지의 유통사와 손잡고 수출 판로를 개척한 이력이 있다. 손 전무와 함께 해외 유통을 개척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스타메이크업·스위스인터내셔널·닥터바이오팜 등 3개 자회사를 신규 설립하며 사업다각화도 추진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해외사업 재정비에 나서기도 했다. 2012년 미국 하와이와 일본, 2013년 홍콩, 2014년 중국, 2015년 미국 본토에 순차적으로 진출한 해외법인도 오너리스크 촉발로 타격을 입었다. 자본잠식 상태인 홍콩, 중국, 미국 등 4개 법인을 철수하고 중국 법인은 1곳으로 통합하는 등 고강도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국내에서도 고강도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지난해 판관비는 105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5.6% 줄였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1.08.31 shj1004@newspim.com |
올해는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혁신 상품 발굴을 위해 신제품 출시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최근 뷰티 업계에서 인기 성분으로 각광받고 있는 시카를 담은 '그린더마 마일드 시카' 라인을 새롭게 리뉴얼 해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탈모로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짐에 따라 연평균 25% 이상 성장하는 국내 탈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스테디 셀러 제품인 '블랙빈 헤어' 라인 마케팅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신사업 추진과 해외·국내사업 재정비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과거 정 대표의 구속으로 상장이 무산된 네이처리퍼블릭의 재상장 추진 여부도 불투명해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보니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좀처럼 쉽지않은 모습"이라며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위기까지 더해지며 반등은 쉽지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및 신뢰도를 높여 나갈 방침"이라며 "이커머스 확대와 더불어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법인을 통해 버라이어티숍과 드럭스토어 등 오프라인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shj10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