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9월부터 신용대출·마통 한도 축소
"미리 받자" 패닉대출…신용대출 6배·마통 8배 '급증'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오는 9월부터 대출시장 찬바람이 불 전망이다. 5대 시중은행 모두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과 5000만원 이상의 마이너스대출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대출 한도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은행들까지 한도 축소에 동참하면서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다음달 중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 소득의 100%'로 줄였다. 하나은행도 지난 27일부터 연 소득 이내로 대출 한도를 제한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가계부채 줄이기 총력전에 나선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신용대출을 연봉 한도까지만 내주는 대출 규제에 나섰다. 5대 은행 중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아 '당국 경고'를 받은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미 규제에 들어갔으며 우리와 신한, KB국민은행도 가계 신용대출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다음 달 시행을 준비 중이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9월 중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할 예정이다. 사진은 28일 서울 종로구의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2021.08.28 yooksa@newspim.com |
직장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5000만원으로 쪼그라든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이미 한도를 줄인 가운데 KB국민은행도 9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실행 시점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9월 중에 5대 시중은행에서 연봉을 넘는 신용대출과 5000만원을 넘는 마이너스대출이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은행들이 일제히 한도 축소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규제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회의에서 신용대출의 개인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내리라고 요청했다. 이후 은행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계획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대출 중단 이후 대출을 미리 받아놓으려는 가수요가 늘고 투기적 용도의 대출도 있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에 협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 외에 대출 여력이 있는 은행들까지 한도를 줄이면서 실수요자 사이에는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연내에 집을 사려던 신혼부부나 이사를 계획했던 대출자들은 당장 발등이 불이 떨어졌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만약을 대비해 최대한 대출을 받아놓고 보자는 불안심리가 '패닉 대출'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2조8820억원 늘었다. 직전 일주일 증가액인 4679억원과 비교하면 6배 이상 급증했다.
마이너스통장 개설도 폭증했다. 최근 일주일간 새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은 1만5366건으로 전주(9520건)보다 61% 늘었다. 이 기간 약정금액 증가규모는 2조6921억원으로 전주(3453억원) 대비 8배 가까이 불어났다.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 전세보증금 반납에 필요한 퇴거자금이 필요한데 그때 가서 주담대를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9월이 되기 전에 신용대출이라도 미리 받아놓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대출 한파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취임을 앞둔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최우선 과제로 '가계부채 관리'를 거듭 강조하면서 더 센 규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시장 한파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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