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IRP 평균 수익률 4.5%…전분기비 하락
증권사 평균 수익률 10%대, 은행과 두 배
수수료 면제‧ETF 거래 불가에 '머니 무브'
부산은행 첫 수수료 면제…은행권 '검토'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국내 시중은행의 올해 2분기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익률이 1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증권사 IRP가 고공행진하며 은행과의 수익률이 2배 이상 벌어졌다. 높은 수수료, 상장지수펀드(ETF) 실시간 거래 금지 등 악조건 속에서 은행들은 수수료 인하 등 각종 이벤트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10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 2분기 평균 IRP 수익률(분기말 기준 1년 수익률)은 4.5%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 5.2%에서 하락한 것이다. 이들 은행의 IRP 수익률은 지난해 2분기 1.2%, 4분기 3.2%, 올 1분기 5.2%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 2분기에 약 1년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2분기 IRP 수익률은 5.3%로 가장 높았으나, 지난 1분기 6.1%보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6.0%→5.1%, KB국민은행 5.8%→5.0%, 우리은행 4.6%→4.0%, NH농협은행 3.9%→3.3%로 일제히 수익률이 떨어졌다.
금감원 퇴직연금감독 관계자는 "1년 수익률이 기준인 만큼 은행 IRP 상품 중에 많은 원리금 보장형은 지난해 기준금리 하락이 반영됐고, 증권사에 많은 실적 배당형은 코로나19 이후 패닉이었던 주가가 7월에는 대부분 회복됐다"며 "이런 영향이 은행과 증권사의 수익률을 가른 것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IRP는 직장인이 노후 대비 자금을 스스로 쌓아 가거나 혹은 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적립한 다음 55세 이후에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찾아 쓰기 위해 가입하는 퇴직연금 제도다. IRP는 다른 퇴직연금에 비해 자산운용이 자유롭고, 연간 최대 700만원까지 최대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2021.08.10 jyoon@newspim.com |
은행과 달리 증권사의 2분기 IRP 수익률은 평균 10%대를 기록하며 은행과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신영증권은 21%, 한국포스증권은 15.8%로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형 IRP 설정액도 은행이 뒤쳐졌다. 2분기 기준 은행업계의 IRP 설정액은 27조7946억원으로 전분기말보다 7774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 IRP 설정액은 10조1516억원으로, 같은기간 1조416억원 증가했다. 여전히 은행의 IRP 규모가 더 크지만, 최근 들어 은행에서 증권사로 '머니 무브(money move)'가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4월부터 퇴직연금 비대면 상품에 수수료 면제 카드를 꺼내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주요 증권사에서 모두 '수수료 0원' 정책이 퍼졌다. 증권사들은 은행들이 장악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의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비대면 상품에 대한 수수료 면제를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금융위원회가 은행 IRP 계좌에서 ETF 실시간 거래를 불허하면서 은행들의 사정은 더 막막하게 됐다. 금융위는 "ETF 위탁매매 업무는 일반적인 펀드의 판매·환매와는 다르게 상장증권의 위탁매매에 해당하는 것으로 은행에 허용된 집합투자증권의 투자중개업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은행들도 수수료 면제로 맞섰다. BNK부산은행은 지난 3일 비대면 채널을 통해 개인형 IRP에 가입하는 고객에서 수수료 전액을 면제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중은행들도 증권사로 빠져나가는 고객을 잡기 위해 IRP 신규 가입 및 유지 고객에게 상품을 주는 이벤트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기준금리가 인상하면 은행 IRP 수익률도 반등할 수 있겠지만, 금리가 워낙 낮아 단시간에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은행에서도 IRP 비대면 가입 수수료 면제가 시작된 만큼 저희 은행에서도 상황을 보며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jyoon@newspim.com